눈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타이밍을 못 맞춘다는 것에 가깝다. 특히 남편은 '꼭' 중요한 타이밍에 들이닥친다고 한다. 막 뭐가 떠올랐는데 갑자기 말을 걸어서 날려 보낸다는 것이다.
전화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자신이 바쁠 때 전화를 '꼭' 건다고 한다. 막 회의를 시작하고 있는데 전화벨일 울린다는 것이다. 밖에서 집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해도 '꼭 '화장실에 앉아 있다. 전화를 건 이유는 그에 반해서는 참 별일이 아니다.
" 언제 들어와?"
" 저녁은 어디서 먹을 거야?
신혼 초에도 더 별일 아닐 때 전화를 했다.
"언제 퇴근해?"
"잘 도착했어?"
그래서전화를 걸어놓고 미안하다고 말을 먼저 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나에게도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별일 없을 때는 전화도 문자도 안 오다가 '꼭' 작업을 할 때 전화벨이 울린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고 다시 읽어보려고 하는데 엄마는 전화가 온다. 하지만 글을 올리고 있으니 전화를 끊겠다고 말을 못 한다. 가족들의 전화는 유독 더 끊지 못한다. 거절은 내 사전에 없는 것처럼 살았다. 그리고 길어진 통화가 끝이 나면 글 발행 시간은 늦어진다.
모처럼 미세먼지 없이 파란 하늘이 기분 좋은 날이었다. 구름이 멋진 색과 질감으로 바람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마트를 가던 발걸음을 구름이 잘 보이는 곳으로 걸어가며 스마트 폰을 꺼냈다. 빠르게 몰아치는 바람이 구름을 데리고 가기 전에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풍성하게 부푼 구름이 겹쳐져 생긴 그림자까지 내 시선을 완전히 빼앗아 갔다.
그런데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전화가 울린다. 거절하고 다시 찍으면 되는데, 그걸 못하고 일단 전화를 받는다. 가끔 만나서 커피를 마시는 아이의 학교 학부모였다.
그녀가 내가 지나는 걸 봤다며 뒤돌아 보라는 거다. 거절하고 전화를 안 받았으면 정말(^^;) 큰일 날뻔했다. 멀리서 손인사를 했고, 그녀는 약속 시간이 늦었다며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구름은 벌써 저만치 가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