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설거지를 해야 한다. 매일 설거지를 하다 보면 수행자가 된 기분이 든다. 반복하면서 느끼는 지루함을 설거지가 완벽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명절엔 더 그렇다. 조리기구와 냄비가 모두 밖으로 총출동한다. 그래서 보통 때보다 설거지와 정리에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연휴 마지막 날 설거지가 하기 싫어 밖으로 도망쳤다. 산책이 필요했다.
글을 쓰다가 진척이 없을 땐 집안일이 도움이 된다. 머리가 아닌 몸을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멈추고 멍하니 집안일을 하다 보면, 다시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설거지가 하기 싫을 땐 주의해야 한다. 참고하다간 신경질이 나서 괜히 가족들이 피해를 본다. 밖으로 나오니 설거지는 금세 잊어버렸다.
봄까지꽃과 별꽃, 냉이꽃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중랑천에 봄꽃을 찾느라 바빴다. 지난주에 봤던 야생화들은 꽃송이가 더 많아졌다. 찬바람이 불지만 꽃들은 피고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봄꽃을 보니 심술 났던 마음도 차분해졌다. 설거지를 버리고 산책을 결정한 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해야 할 일들이 싫어지고, 일상이 답답하다 느껴질 때마다 꺼내보는 틱낫한 스님의 글이 있다.
네 고통은 네가 필요하다
돌아가서 네 자신을 돌봐라. 네 몸은 네가 필요하고, 네 느낌도 네가 필요하고, 네 인식도 네가 필요하다. 네 고통은 자신을 알아줄 네가 필요하다. 집으로 돌아가라. 돌아가서 그것들과 함께 있어라.
<화 Anger>라는 책으로 유명한 틱낫한 스님의 책들을 도서관에서 모조리 빌려다 본 적이 있다. 책 속에서 삶 전체의 평화를 얻을 만한 배움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순진한 생각을 했었다. 대신에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 깨달을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걷기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산책을 습관처럼 하다보니, 스트레스를 조절하는데 정말 도움이 되었다.
야생화 찾기에 빠져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평소보다 더 오래 걸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보니,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