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습관처럼 아침 산책을 빼놓지 않는다. 청단풍나무가 산책로 양옆으로 심어진 길을 걷고 나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산책로 끝엔 놀이터와 작은 야생화 공원이 있는데 그곳엔 귀여운 친구들이 산다. 화단 주변에 땅을 매립해 만든 어항이 둘 있는데 하나는 꼬리가 길고 몸은 늘씬하며 주황색의 알록달록한 금붕어 가족이 산다. 그 가족은 수줍음이 많은지 겁이 많은지 좀처럼 보기 어렵다. 누군가 들여다보면 수련 화분 아래로 모두 들어가 버려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연히 먹이 주는 시간을 맞춰 간 날 잠깐 봤을 뿐이다.
반대로 다른 어항에 금붕어들은 누가 오던 애교를 부리듯 물속을 활기차게 움직였다. 그 안엔 눈이 튀어나온 금붕어와 다른 모습의 금붕어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특히, 검정 툭눈 금붕어는 물속을 구석구석 거침 없이 헤엄쳤다. 잘 자란 듯 몸집도 컸다. 매일 찾아가도 반가운 듯 꼬리를 움직이며 툭 튀어나온 눈을 보여주었다. 통통한 몸으로 입을 뻐끔 거리는 모습이 먹성이 좋은 듯했다. 날마다 보고 싶은 친구처럼 안부를 살피게 되었다.
매일 별일 없이 청단풍 길을 걸어 공원에 들어갔다. 그런데 어항이 텅 빈 듯 아무것도 안보였다. 그리고 '눈으로만 보세요' 문구가 있던 자리에 빨간 글씨의 경고문으로 바뀌어 있었다.
금붕어를 가져가신 분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시길 바랍니다. 이 금붕어는 여러분이 보고 기르는 것입니다. 환경이 바뀌면 살기 힘드니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눈이 툭 튀어 난 그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금붕어들이 수초 뒤에 숨어 있었다. 많이 놀란 듯 보였다. 낯선 누군가가 훔쳐 갔으니 목격을 한 충격은 컸을 것이다.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사라진 툭눈 금붕어 생사를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금붕어가 예민하고 키우기 어렵다는 걸 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금붕어를 제대로 키우지 못해서 떠난 보낸 후 남편에게 절대 금붕어는 안 키우겠다고 했었다. 모두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늘 한 마리씩 둥둥 떠오르면 그 장면은 사진처럼 머릿속에 찍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우리에게 금붕어를 매일 볼 수 있는 기회가 왔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했던 실수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것 같다. 그 사건 후로부터 모든 어항의 금붕어들은 수초 뒤로 숨어 버렸다. 사람들이 무서워져 그런 것 같아 미안해졌다.
몇 주후에 먹이를 주러 나온 관리인과 마주쳤다. 문득 사라진 금붕어가 떠올라 말을 걸었다. 잠시 후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항상 숨어 있어 몇 마리가 사라진 줄 몰랐는데 두 마리의 툭눈 금붕어를 훔쳐갔다고 했다. 관리인은 툭눈 금붕어가 흔하지 않다며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인 듯하다고 했다.
문득 불쾌해졌다. 나쁜 짓을 한 사람은 멀쩡한데 피해본 친구들은 편하게 지내지 못하는 걸까?
여전히 그 공원엔 경고 문이 붙어 있고, 금붕어들은 숨어 지낸다. 예전에 키우던 금붕어가 떠난 것처럼 며칠 전엔 금붕어 한 마리가 움직임 없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내가 보살피지 않아도 관심을 주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같은 슬픔을 겪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앞으로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 돌아와 주길 바라는 마음은 버리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