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쓰지 않으면 언제 쓰겠는가

망설이는 마음

by 무쌍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나면 쓰레기통이 는 말이다. 기계음이지만 매번 다정하게 날 위로해준다. 일과를 마치고 어둑해져서야 찾아간 오늘도 변함없이 같을 말을 해주었다.

방금 전까지 난 집안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세탁기 앞에서 다시 베란다로 냉장고 앞에서 싱크대로 그리고 식탁으로 미끄러지듯 다녔다. 항상 하는 집안일이지만 아주 가끔은 아이들처럼 위로를 받고 싶어 질 때가 있다. 아쉽지만 남들도 다 하는 일에 위로받을 구석은 별로 없다. 그런데 쓰레기통은 매번 냄새나는 찌꺼기만 모아 넣는데 고맙게 나에게 위로의 말을 해준다.


한송이가 어느덧 세송이가 되었다

얼마 전부터 눈길이 가는 야생화가 있다. 느티나무 아래 돌나물과 씀바귀와 흰 패랭이가 자리를 잡았다. 아무것도 없었는데 늘 그렇듯 야생화들이 알아서 피어났다. 패랭이 꽃이 새하얀 한송이가 피더니 어제는 두 송이, 오늘은 세 송이가 되었다. 가장자리에 작게 오린 듯 섬세한 꽃잎은 대칭이 딱 맞아 유난히 들여다보게 된다. 하얀색의 꽃은 아롱아롱 작은 손을 흔들며 웃어 주었다.

쓰레기통 인사말처럼 똑같지 않고, 변화무쌍하게 열심히 꽃을 피우는 모습은 또 다른 위로가 된다.


리지만 패랭이꽃이 필 때까지의 수고를 떠올려보았다.

늘 망설이다가 놓친 것보다 하지 않고 흘려보내는 일이 더 많은 듯했다. 작은 일들을 반복하며 계속해나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자꾸 잊어버린다. 그리고 또 지금 쓰지 않으면 또 언제 쓰겠는가?라고 물으며 나를 다독였다.

내일은 패랭이꽃 앞에 당당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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