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나만의 글을 쓸 수 있을까

낮달맞이꽃

by 무쌍

예상치 않은 곳에 달빛이 보였다. 노란 낮달맞이가 느티나무 그늘에 피었기 때문이었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의 지루함을 알아주는 듯 꽃이 고마웠다.

나무 사이로 비추는 은은한 빛은 하트 모양 잎을 더 눈부시게 했다. 같이 균형 맞춘 네 개 잎이 마치 등잔불 꽃인 듯 꽃 아래는 그림자가 깔려있었다. 낮달맞이꽃을 매일 찍었지만 순간 완벽한 타이밍에 마주한 기분이다. 사실 꽃을 찍기 좋은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너무 어둡거나 너무 밝은 시간은 모든 것을 감추기 쉽다. 적당한 빛과 어둠은 반드시 기회를 준다. 일단 꽃을 발견하면 시도 때도 없이 자주 가야 기회를 만날 확률이 높진다. 꽃은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시들어 있거나 사라져 버렸다면 다른 꽃을 찾아야 한다. 꽃을 찾았다면 다시 기회를 잡아야 한다. 마치 한송이만 핀 줄 알았던 낮달맞이가 멀지 않은 곳에 군락을 일구고 있는 것을 발견하듯 말이다.

낮달맞이꽃이 한창인 화단@songyiflower인스타그램

매일 꽃을 SNS에 올린다. 그리고 나처럼 꽃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꽃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엔 사진을 올리는 것이 부끄럽고 신경이 쓰였다. 락 없이 도용되는 일이 생기니 도둑맞은 기분 같았다. 좋아 보이는 사진은 숨겨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더 좋은 곳에서 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도용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사진은 먼지처럼 쌓여 나중엔 더 큰 먼지가 되었다. 내가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그 사진이 최고는 아니었다. 멀리 풍경 속에 작게 찍힌 꽃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도 있고, 사진 전체를 꽉 채우며 꽃술까지 선명한 꽃 사진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점점 사진을 아껴두지 않게 되었다. 취향이 비슷한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은 꽃을 찍는 만족감럼 중요해졌다.


작가 애니 딜러드의 <창조적 글쓰기>가 <작가 살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그녀는 책에서 단호하게 간결하게 쓰기에 대한 충고를 한다. 특히 그 많은 충고 중엔 이런 글이 있다.

매번 즉시 그것을 모두 써버리고, 뿜어내고, 이용하고 없애버리라. 책의 나중 부분이나 다른 책을 위해 좋아 보이는 것을 남겨두지 말라. 나중에 더 좋은 곳을 위해 뭔가를 남겨두려는 충동은 그것을 지금 다 써먹으라는 신호이다. 나중에는 더 많은 것이, 더 좋은 것이 나타날 것이다. 이것들은 샘물처럼 뒤에서부터 아래로부터 가득 차오를 것이다. 마찬가지로 알게 된 것을 혼자만 간직하려는 충동은 수치스러운 일일 뿐만 아니라 파괴적인 일이기도 하다. 아낌없이 공짜로 푹푹 나눠주지 않으면 결국 본인에게도 손해이다. 나중에 금고를 열어보면 재만 남아 있을 것이다.
- 애니 딜러드의 <창조적 글쓰기> 중 경계를 넘는 열정

책 속에 밑줄을 그은 건 10년도 넘었는데, 나는 이제야 그 의미를 알 것도 같다. 나만의 글쓰기엔 매일 수집되는 꽃이 중요하다. 나와 글을 쓰려는 나 사이에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낮달맞이꽃을 만난 타이밍처럼 나에게도 나만의 이야기를 쓸 시간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미 문장은 시작되었는데 낮달맞이꽃이 피어있는 시간만큼도 버티기 쉽지 않다. 떻게 나만의 글을 쓸 수 있는지는 일단 써봐야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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