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물컹하게 속살이 나온 자두가 떨어져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키가 큰 자두나무가 있었다. 워낙 큰 나무라 평소엔 유실수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물론 자두나무를 알아보는 눈도 아닌 나였다. 저 높이에 떨어지는 자두를 맞기라도 하면 멍이 들듯 아플 것 같았다. 아파트 5층까지 뻗은 나무는 버찌가 달린 듯 자두열매가 작게 느껴졌다. 그런데 내 눈에 들어 온건 자두가 아니라 우산이었다.
우산은 세 개였다. 검은색 장우산은 나뭇가지 사이에 위태롭게 걸려 있고, 하얀색 비닐우산과 나뭇잎 색을 한 어린이용 우산은 나뭇가지가 우산 걸이인 듯 걸려 있었다.
잘 익은 자두 사이로 우산 세개가 나란히 걸렸다
누가 저 높고 높은 나무에 우산을 걸어 놓았을까? 올려다보는 것도 고개가 뻐근해졌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 렌즈를 한참 당겼다. 무슨 사연인지 궁금했다.
설마 자두 서리를 하려고 그런 건 아니겠지? 아니면 아이들이 장난 삼아 우산 걸기 내기를 했을까? 아님 5층 아파트에서 우산을 떨어뜨렸다 걸린 걸까?
며칠 뒤 다시 가보니 우산 두 개는 사라지고, 하얀 우산만 남아 있었다. 그 높은 곳에 우산은 어떻게 꺼냈을까? 알쏭달쏭 나의 호기심을 끄집어내듯 추리력을 발휘해봤다. 그러고 보니 며칠 사이 버찌 같던 자두들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나무와 마주 보고 있는 집에서 땄을까? 사다리차라도 갖고 와서 따갔을까? 혼자서 여러 가지 가설을 세웠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떨어진 자두는 누가 베어 먹었는지 먹다 말았다. 이런 소동이 자두농장 주인인 듯 괘씸해지다가도, 어떻게 그 높은 가지에 자두를 손을 데는지도 궁금했다.
떨어진 자두와 5층 난간까지 뻗은 자두
동네를 어슬렁 거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스터리의 일부를 발견한 듯 이상한 일이 보인다. 범인은 현장에 혹시 다시 오지 않을까? 우산 주인은 한 가족일까? 아니면 모두 다른 사람들일까? 아가사 크리스티를 너무 좋아하는 나는 별일 아닌 것들이 너무도 특별해 보였다.
자두나무에 우산은 왜 걸려있던 것일까? 남은 하나의 우산이 사라질 때를 기다렸다가 말 못 하는 자두나무에게 물어봐야 할 판이다. 자두는 누가 먹다가 버렸는지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