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돋는 계절

범부채

by 무쌍

아침밥을 하려고 손을 씻는데 물이 미지근했다. 찬물로 당겨 틀었는데 한참을 물을 흘려보내도 차갑지 않았다. 선풍기를 틀어 놓고 부엌일을 하는데도 목덜미에서 땀이 쏟아졌다. 얼음물이 간절했다.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던 날도 견딜만했는데 오늘따라 에어컨을 자꾸 쳐다보며 고민했다.

달력을 보니 날짜 아래 작은 글씨로 소라고 적혀 있다. 여름 더위가 시작하는 날로 24절기 중에 11번째 절기였다. 작은 더위라고 불리는데 절기가 참 무섭게 맞는 모양이다. 여름은 많은 채소와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계절이니 더위도 먹으면서 버티라고 하나보다. 요즘들어 과일 가게엔 과일 가짓수가 많아지고 채소값도 저렴한 듯 반가웠다.


매매의 탈피 껍질과 죽은 매미

가에서 루드베키아 꽃줄기에 매달린 매미의 탈피 껍질을 찾았다. 껍질 주인은 어디로 날아 갔을까 궁금했다. 곧 매미우는 소리가 들리겠구나 싶었지만 렇지 않았다. 며칠 뒤엔 매미가 죽은 듯 누워있기도 했다. 직은 매미가 이른 외출을 한 건가?

"맴맴맴맴"

바로 오늘 매미가 울었다.

어제까지 조용하던 공원에 들어서자 낯익은 소리 들렸다. 땅 위로 나온 매미도 절기에 맞춰 두번째 인생을 시작는 듯했다. 같은 태양 아래 사는 우리가 똑 같은 시계를 쓴다는 걸 새삼 느꼈다. 사람은 달력을 보며 날짜를 확인한다. 그런데 땅속에서 7년 가까이 유충으로 살다가 땅 위로 나오는 매미는 어떻게 날짜를 확인하는 걸까? 십칠년매미는 유충으로 최대 17년까지 살기도 한다는데, 매미의 한살이는 신묘고 상상이 되지 않는 삶인 듯 하다.

범부채 @songyiflower인스타그램

여름꽃 범부채가 찾아와 화단 주인공이 바뀌었다.

꽃이 피니 여름이 된 걸까? 매미 유충은 나무뿌리의 즙을 빨아먹고 산다고 하니, 땅속에 뿌리를 내린 식물들이 일러 주는지도 모르겠다. 여름을 여러 번 보냈으니 이번엔 나가 보라고 말이다.


소름 돋는 계절이 시작되었다. 매미가 우는 소리에 한 번, 얼음물을 마시며 또 한 번, 오늘이 작은 더위 소서라는 것에 또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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