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얼마나 매달려 봤니?

담벼락의 꽃

by 무쌍

매발톱꽃은 당당했다. 벽돌집은 화분에 꽃을 많이 키웠는데 어느 날 벽돌 틈에 저렇게 꽃이 피었다. 주택 계단과 벽 사이 공간에 빛이 바랜 파란 화분이 놓여있었다. 봄이면 그 화분에 매발톱꽃이 피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화분은 텅 빈 채, 벽돌 틈에 새로 피기 시작했다. 화분이 담벼락인 꽃은 두 번째 봄을 맞이했다. 전년보다 몸집이 커졌고 꽃대도 여러 개 생겼다. 이 내게 말을 건넨다.

"너는 얼마나 매달려 살아 봤니?

집 베란다에 사진 속 야생화가 자라고 있다. 씨앗을 심은지 4년이 넘지만 봄에 작은 이파리만 꽃처럼 피었다가 여름을 넘기지 못하고 시들어 버린다. 봄에 작은 싹이 올라오고 또 사라지길 네 번째가 된다. 꽃은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었다. 하지만 꽃을 보고 싶은 욕심은 버리지 못한다.

어제까지도 꽃을 기다렸다. 봄꽃이 버틸 수 없는 날씨가 이어졌다. 매발톱꽃은 매번 여름을 넘기지 못하고 시들시들 잎이 쳐지며 사라졌다. 이번에도 꽃은 없었다.

담벼락에서도 매발톱꽃은 잘만 피는데 내가 키우는 건 시원치 않은 모양이다. 주인이 만들어준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담벼락 벽돌틈에 핀 메발톱꽃

기다는 건 믿음만 가지고 투자하는 것이다. 햇볕을 쬐고 물을 주고 관심을 조금 떼어주고 손해 볼 것은 없다. 그런데 또 거절당한 기분이 들었다. 매발톱꽃이 피는 날이 정말 오기는 할까? 그래도 난 포기할 수 없다. 끈질기게 매달릴 것이다. 내가 매달리지 않으면 영영 꽃은 내게 오지 않을 것을 잘 안다. 란다에 자라는 식물들은 사실 결핍이 된 것들이다. 자연에서 자라는 식물처럼 태양빛이나 빗물과 바람까지도 누릴수 없기 때문이다. 식물을 키우고 있긴 하지만 사실 식물들이 알아서 자란다. 손바닥 만한 관심에도, 손바닥만 화분에서 잘 버텨주고 있니 말이다.


결핍된 식물은 집안일에 묶인 주부생활에 벗이 된다.

집안에 식물을 기르는 건 집 밖을 나가지 못할 때 너무 유용하다. 시든 잎들은 정리 못한 근심들을 먹고 자란 듯 보인다. 한 번에 한 개씩 식물들을 살핀다. 시든 잎을 어내고 잘라 베란다 바닥에 떨어뜨렸다. 베란다 화분들을 모두 살피고 나면 내 근심들이 바닥에 떨어져 쓰레기가 된다. 쌓인 근심들을 쓰레기봉투에 싹 넣어 버리고 나면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 런 시간은 자주 내지 못하지만 언제든 효과적이다.

아이들이 있어서 식물들에게 많은 관심을 주지는 못한다. 아직 엄마 손이 필요한 아이들은 '엄마'를 부르며 집안에서 이리저리 날 졸졸 쫓아다닌다. 그래도 원격수업을 하느라 아이들이 한눈을 판 사이에 겨우 베란다 식물들을 만났다.

식물들 여름은 힘들다. 살펴줄 화분들이 많았다. 아쉽지만 끈질기게 매달렸던 매발톱을 떠나보내야 했다.

그래도 아직은 이 꽃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인생에서 아직 보지 못한 꽃이기에 더 매달려 볼 생각이다.

베란다에 자라는 매발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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