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여름휴가

해바라기

by 무쌍

계절은 어디든 여행을 가고 싶게 했다. 눈부신 곳이든 그늘진 곳 어디든 상관없었다. 주말인데 동네가 한적하만 했다. 여름 휴가를 떠나고 싶은 마음은 뭉게구름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하늘을 다 채워버렸다. 뭔가 써보려고 노트를 폈지만 어디론가 달아나는 마음을 잡아다 놓기가 어렵다. 휴가를 가본 지 떠올리기가 까마득해서 그런 듯 싶었다. 전혀 글을 쓸 기분이 아니지만, 이것 저것 들추면서 글 쓴 기분을 불러 모아 가며 뭔가를 쓰고 있었다. 떠나고 싶은 들뜬 마음은 구름처럼 둥둥 떠오르기만 했다.


여행용 가방 대신 장바구니를 들고 산책을 나섰다. 집을 나서자 태양은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그늘을 만들지 못한 모든 곳은 태양이 최고 밝기로 비추고 있었다. 여름 꽃을 보기위해 두 곳을 행선지로 잡았다. 얼마 전에 발견한 해바라기를 보러 가고 싶었다.

꽃밭 가운데 꺾인 해바라기꽃

바라기를 처음 만났을때, 어찌 된 일인지 꺾인 줄기 꽃이 피어 있었다. 꽃이 피고 나서 꺾인 건지 꺾인 상태로 꽃을 피운 건지 알 수 없었다. 해바라기가 어떤지 가보고 싶었다. 다행이도 꽃은 허리가 접힌 채 꽃은 하늘로 향해 있었다. 여름 첫 해바라기는 포기 하지 않았다. 얼굴을 들어 태양을 바라보며 힘을 내고 있었다. 야무지게 당찬 모습을 한 해바라기가 반가웠다.

테디베어 해바라기@songyiflower인스타그램

다른 꽃밭에 해바라기는 금방 찾지 못했다. 분명 여행지도 대로 가고 있었는데, 찾지 못해 헤맸다. 길을 한참을 헤매고 나서야 그 앞으로 갔다. 어렵게 찾은 기분은 활짝 핀 해바라기를 보니 말끔히 잊어버렸다. 키는 작지만 보송보송 인형을 닮은 테디베어 해바라기였다. 몇 해 전 동해에서 본 해바라기도 꼭 닮은 모양이었다. 흔히 보는 해바라기가 아니라 가는 꽃잎이 빽빽하게 꽂혀있었다. 여행 마지막 날 천둥번개가 몰고 온 비가 시끄러웠던 기억이 났다.

영화처럼 해바라기 앞에서 작은 소나기를 만났다. 우산도 없었는데 걱정할 새도 없었다. 아기가 떼쓰며 울듯 너무 잠시 동안 머물고 가버렸다. 이 작은 여름휴가는 짧았지만 분명 자연 속으로 떠난 당찬 휴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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