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부터 핀 달맞이꽃은 꽃차례가 셀 수 없이 많아졌다. 달맞이꽃줄기를 언제 칭칭 휘감았는지, 좁은 잎 나팔꽃이 폭 안긴 채 피었다. 나팔꽃 아래로 자주와 보라를 섞은 듯 작은 꽃이 보였다. 돌콩이었다.귀여운 세장의 잎을 가진 돌콩은 나팔꽃 줄기를 꼭 감고 있었다.
마치 삼총사처럼 노란 달맞이꽃과 하늘색 나팔꽃, 그리고 자주 보라색 돌콩 꽃이 나란히 피었다. 엉긴 모습은, 어느 줄기에서 핀 꽃인지 금방 찾지 못할 만큼 한 몸처럼 보였다.
얼핏 나팔꽃 덩굴에 감긴 달맞이 꽃은 중심을 잡기 힘들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돌콩이 나팔꽃 줄기를 감으며 주변을 온통 콩잎으로 뒤덮어 놓았다. 겹겹이 쌓인 돌콩 잎은 오히려 달맞이 꽃이 어느 방향으로 쓰러져도 푹신한 침대가 되는 듯했다. 삼총사가 된 그들은 큰 나무처럼 존재감이 느껴졌다.
각자의 모습을 폼 내며, 서로를 응원하는 듯 보였다. 환상의 짝꿍은 딱 그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왠지 그 모습이 보기 좋고 편안해 보였다. 조화롭게 알록달록 삼색 꽃을 함께 피우는 삼총사가 좀 부러워졌다.
주말에 엄마 노릇을 휴가 내고 동네를 벗어나 다른 꽃밭을 다녀왔다. 꽃을 많이 찍고 싶어 동이 트자마자 가방을 들고 나섰다. 가까운 곳이지만 일부러 산책하듯 중랑천을 따라 걸었다. 집에서 멀리멀리 벗어나는 기분을 즐기다 보니 예상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다.
가는 날이 장날 었다. 꽃이 만발한 정원을 보러 갔는데, 정원사들이 일하는 모습만 실컷 봐야 했다. 넓은 정원 전체가 한쪽에선 시든 꽃을 뽑고, 다른 곳에선 새 모종을 심고 있었다. 대신 트럭 가득 실린 꽃구경도 나쁘지 않았다. 색색이 꽃이 담긴 꽃모종을 한꺼번에 볼 기회가 없었으니 말이다. 어마어마한 모종을 보니 일손이 부족하지 않은지 궁금했다. 자신의 차례가 언제일지 기다리는 꽃모종은 지루한 듯 보이기도 했다. 앙증맞은 작은 꽃모종을 심는 정원사들을 보며, 나도 그 틈에 끼어 꽃을 심고 싶은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다른 꽃밭에 다녀온 것이 미안했는지, 새벽부터 삼총사가 보고 싶었다.그런데 막상 나를 기다리는 건 잘린 풀의 그루터기 들이었다.
야생화 삼총사가 있던 길가는 말끔하게 정리가 되니 그 뒤로 중랑천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였다. 아쉬운 마음도 잠시였다. 아직 제초하지 않은 곳을 찾아 달렸다.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루터기만 남기 전에 야생화 사진을 찍어 두고 싶어서였다. 삼총사는 떠났지만, 다행히 남은 꽃밭에서 또 다른삼총사를 만났다. 환상의 짝꿍은 어느 곳에서든 돋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