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공복

알 수 없는 공허함

by 무쌍

겨울비가 나무 숲을 깨끗하게 씻겨냈다. 양은 힘을 잃은 듯 희미하지만 주변은 더 밝아 보였다. 바닥엔 마지막 낙엽이 쏟아졌다. 바로 메타세쿼이아 나뭇잎이었다. 한참을 연락 없이 지냈던 친구가 연락 온 듯 '아차' 싶었다.

단풍구경을 하다가 보니 메타세쿼이아 나뭇잎이 갈색으로 물든 줄도 몰랐다. 오랫동안 찾지 않았지만 나무는 든든하게 숲을 지키고 있었다. 산책 나온 지 한참이 된 내 다리는 무겁고 뻐근했다. 두 팔로 앉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나무가 하늘로 곧게 뻗어 올라간 모습을 잠시 부러운 듯 올려다봤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갖고 싶은데 나무에겐 그럴 일이 없어 보였다. 나는 왜 그렇게 허기진 마음을 이리저리 끌며 데리고 다녔을까? 우뚝 솟은 나무가 나보다 더 나아 보였다.

연의 경이로운 풍경을 나만 찾아다는 희열감으로 쫓아다녔지만, 관찰 일지처럼 본 대로 적어 내리는데 더 열중했다. 대단할 걸 찾았다고 믿었지만, 모두 자연의 순리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는 뭐지? 달라진 게 없네.' 나무는 봄에 새로 만든 잎을 낙엽으로 완성했는데, 내 삶 어떤 색으로 물들일 수 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가 노력은 한 것 같지만, 내 삶이 아름다운 무지개색이라고 볼 수 없었다. 이 세상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 한 번도 나 자신에게 물어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터 인지 혼자 걷는 것을 종교처럼 여겼다. 그러다 깊은 밤 작은 빛을 내는 초승달처럼 모양이 느껴졌다. 이제야 내가 찾아다닌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책을 읽다 발견한 소중한 문장이나 새로운 작가의 책 같은 것이었다. 이르게 핀 꽃이나 수풀 속에 핀 야생화도 내겐 소중했다. 찾은 것이 많을수록 내 노트는 꽉 채워졌지만, 공허한 기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밖에서 구한 것들이 많은수록 내면은 집중 못하고 산만해졌다. 많은 시도를 했지만 정작 텅 빈 내면을 채울 수는 없었다.

찾고 싶은 것은 장갑 한쪽처럼 물건 같은 것이 아니었다. 내가 들고 있는 것도 나머지 장갑이 아니었다. 꽃은 금방 폈다가 사라졌고, 계절은 순서대로 찾아왔다.

나 자신을 온전히 믿는 사람이 되고, 나에게서 도망치지 않아야 했다. 밖에서 구할 것이 아니었다. 다행히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글쓰기도 공허함이 무엇인지 바로 알려주지 않았다. 좋아하는 음식을 찾으려면 먹어봐야 하듯이, 마음의 공복을 채울 수 있는 것도 하나씩 글로 써봐야 했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에 이름표를 하나씩 붙이며 설명서를 만들고 있다. 알 수 없는 허함은 여전히 마음의 공복감을 느끼게 한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이름표를 붙인 감정들이 늘어간다는 것이다.

내 감정을 마주 보는 일은 익숙하지 않고 어색해, 낯선 풍경을 눈으로 본 듯 생경한 느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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