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엄마노트

아이는 엄마의 기분을 먹고 산다

겨울방학

by 무쌍

아이들은 늘 입맛이 없다. 특히 솜씨 없는 엄마의 집밥은 아이들을 그렇게 매혹시키지 못한다. 별식이라고 면요리를 하던지 갈비라도 해야 그래도 관심을 가지니 말이다.


이유식을 먹을 나이는 아니라 억지로 먹이진 않지만 , '밥 먹어라' 소리는 입에 달고 산다. 이젠 허기짐이 입맛보다 한수 위라는 걸 알기에 배고프면 먹을 거라고 내버려 둔다. 그래도 신경이 쓰여 밥을 먹어라 소리를 하지만, 간식은 빠뜨리지 않고 챙겨주니 미안하거나 죄책감은 갖지 않기로 했다.


엄마표 집밥은 방학이라 더 고달프다. 어차피 맛은 인정받지 못한다는 걸 잘 알기에 기대는 하지 않지만, 아이들은 밥이 아닌 내 기분을 먹고사는 듯하다.


밥을 해 먹이는 것보다 나의 기분을 잘 조절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이었다. 두 아이가 번갈아 가며 짜증을 내면 엄마는 감정의 곡예사가 된다. 부정적인 엄마의 감정이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건 당연했다. 화난 아이들이 마음을 읽어주는 것도 중요했지만, 내뜻대로 안 되는 아이들에게 화가 난 감정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했다. 가 말이 많아지면 아이들도 목소리가 커졌다.


무엇보다도 엄마인 내가 준비가 되어야 했다. 방학으로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이들이 없는 시간에 누렸던 잠깐의 고독이 사라졌고, 식사 메뉴 결정은 벼락치기처럼 장을 보러 가는 순간 결정한다.


엄마가 되니 숨통을 틀만 한 상황을 매일 만드는 건 중요했다. 종종 나에게 셀프 칭찬도 해주고, 선물처럼 포상도 해줘야 했다. 그렇지만 쉽지 않았다. 대신에 매일 잠깐이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나는 새벽 기상이 몸에 밴 사람이다. 시골에서 자라서 인지 할머니가 일어나는 시간이 내 기상시간이었다. 웬만해서는 새벽 6시 전후면 눈이 저절로 떠진다. 남편은 내 기상시간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쩌면 밭에 일 나가는 농부가 딱 내 적성에 맞는지도 모르겠다. 사지을 땅이라도 있으면 내 삶도 달라지겠지만, 내겐 자식농사가 있으니 생각하기 나름이었다. 주말에도 7시 전에 아침을 차려먹고 집안일을 하거나 뭔가를 하며, 혼자 시간을 보낸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거나 멍하니 사색도 즐긴다.


겨울방학이 된 아이들은 버틸 만큼 버티고 일어난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이 좀 길어졌다. 가족들이 깨어나면 엄마는 본격적인 노동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잠든 새벽은 내게 소중한 시간이다. 기다리는 택배처럼 아침이 오길 기다린다. 그나마 엄마로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습관이고, 선물 같은 시간이다.


그런데 부작용도 있다. 새벽형 엄마는 해가지면 에너지가 바닥이 난다. 아이들은 밤이 될수록 초롱초롱 심야 모드로 들어가지만, 엄마인 나는 꾸벅꾸벅 졸면서 다그친다.

"니들이 자야 엄마도 자지!"

"내일 떡볶이 먹고 싶다며, 어서 자야 내일 먹지!"라고 빨리 자라며 으름장을 넣었지만, 사실은 다음날 일찍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새벽 고요한 아침은 내게 달콤하기도 하지만, 또 다짐하기 좋은 시간이다. 매일매일 나에게 주문한다.

'매 순간 다정한 엄마면 좋겠지만, 그보다도 아이가 내뜻대로 안된다고 버럭 하는 엄마가 되지 말자!'

그렇게 매일 다짐하면 그나마 덜 화를 내는 엄마가 되는 듯했다. 아이들에겐 밥도 엄마의 기분도 중요한 영양분이니까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여기 별이 떨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