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을 꿨다.난 아직도 가끔 학생처럼 시험 보는 꿈을 꾼다. 고3 교실 전 과목 학기말 시험 전날이었다. 책상 위에는 산더미 같이 문제집이 올려져 있고, 어느 과목을 먼저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손을 뻗어 내키는 과목 문제집을 펼쳤지만, 걱정되는 다른 과목이 떠올라 다른 문제집으로 바꿨다. 그런데 바로 시험시간이 되었다. 시험지를 받으니 아는 문제가 하나도 없었다. 꿈은 늘 여기서 끝이 났다.
악몽이 신경 쓰이기도 했고, 꿈이 뜻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보고 싶었다. 꿈은 사전적 의미로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꿈이 의식에 억압되었던 무의식이 펼쳐지는 이미지라고 했다. 호기심 때문에 꿈이 거창해진 것일까? 차라리 내가 꾼 꿈이 복권을 살만한 꿈인지 검색사이트에 꿈해몽을 찾아보는 거라면 좋았을 텐데, 시험을 망치는 꿈이라고 검색해보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내 삶은 시험에 통과해야만,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지도 않다. 누구에게 검사받아야 하고, 채점 점수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내게 알 수 없는 억눌린 심정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작은 파편 같은 장면들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두고두고 내 인생에 영향을 주는 듯하다. 기억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고, 거짓된 장면을 기억하는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잃어버린 것은 모두 과거에 있으니 확인할 길이 없었다.
아이가 가끔 날 깨우듯 부른다. 놀이터 바닥에 잔뜩 쏟아진 낙엽 위에 아이가 뭘 찾은 듯했다.
"엄마 여기 봐봐. 여기 별이 떨어졌어요."
다행히 아이는 별처럼 반짝거리며, 현실로 나를 데려와 준다. 엄마가 종일 멍해지는 일이 많다는 걸 아이는 잘 안다. 고맙게도 아이가 모른 척 나를 기다려 준 듯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밤에 왜 그런 꿈을 꾼 건지, 생각의 꼬리잡기 하다가 소중한 '지금'을 놓칠 뻔했다. 꿈일 뿐인데, 너무 오래 붙들고 있었다. 그건 그냥 악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