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기 고양이 같았다

절기 소한

by 무쌍

화단엔 꽃이 없었다. 돌아서려는데 뭔가 작은 몸짓을 본 듯했다. 온 힘을 다해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인사하는 작은 아기 고양이 같았다. 지난가을 짙은 자주색으로 꽃 장식되었던 청화 쑥부쟁이의 마른 꽃차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직 꽃잎이 남은 꽃송이가 귀엽게 돌돌 말린 인형머리를 하고 있었다.


지난해 소한이었다. 장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바람이 옷깃 사이로 파고드는데 몸은 저절로 덜덜 떨렸다. 겨울이 오기 전부터 동네 소녀들이 돌아가며 아파트 입구에 작은 고양이를 만나러 왔다. 다섯 마리 아기 고양이는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날은 두 명의 소녀가 아직 눈이 남은 바닥에 앉아 고양이들을 꼭 품고 있었다. 집이 없는 고양이가 안쓰러웠지만, 추운 바닥에 앉은 그 소녀들도 신경 쓰였다.

나도 가끔씩 언 땅에 피어난 꽃을 꺾어다 집에 데리고 오고 싶을 때가 있다. 아니면 잠시 몸이라도 녹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고양이를 집에 데리고 가지 못하는 마음과 차가운 길 위에 고양이들을 쉽게 두고 오지 못하는 소녀들의 마음도 알듯 했다.

청화쑥부쟁이@songyiflower인스타그램(2021.1.5)

냉정한 마음은 때론 꽁꽁 언 눈보다도 더 차갑다. 참을 수 없는 추위는 성냥팔이 소녀처럼 불행을 경험하게 하고, 해가 없는 어둠은 삶의 의욕을 잃은 우울을 경험하게 했다. 그렇게 해가 드문 겨울은 감정도 힘들게 했다. 이 밝았지만 해는 멀리 숨어 보이지 않고, 일상은 멈춘 시계처럼 그대로 인 듯했다. 경직된 몸은 어두운 회색 구름처럼 금방 사라지지 않았다. 언제고 해가 나서 주면, 겨울이 먹구름도 눈보라도 포기해 버릴 듯했지만 쉽게 나서지 않았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뜨거운 태양이 그리워진다. 초록잎으로 뒤덮은 곳으로 어서 나를 데려가 주면 좋겠다. 태양이 이끄는 대로 태양을 향해 걷고 싶다. 한여름으로 돌아가 이글거리며 타는 햇빛 한 조각을 떼다가 청화 쑥부쟁이에게 모자로 씌워 주고 싶었다. 차라리 눈 덮인 세상이면 이 없다고 단념하고 싶은데, 길가에 남은 마른 꽃이 아직도 나를 고개 숙이게 했다.


달력을 동그라미 쳐가며 이른 봄까치꽃이 찾아오길 기다린다. 어떤 예상 못한 식도 봄을 기다리는 내 마음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머릿속에 피어난 꽃 이름을 하나씩 르며, 내면의 목소리는 더 깊게 울리는 듯했다. 어둠이 짙을수록 꽃은 더욱 아름답게 피어날 테니 안심하기로 했다.

만물의 주인인 태양이 다시 힘을 낼 때까지 꽃씨 들을 잘 보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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