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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게 나를 묻다
새하얀 것은 목련꽃뿐이었다
백목련
by
무쌍
Mar 27. 2022
종일 제비꽃을 찾느라 고개를 푹 숙이고 다녔다.
제비꽃을 보이는 대로 찍었는데, 화단 안쪽에 탐스럽게 핀 미국 제비꽃은 다가갈 수가 없었다. 이럴 땐 내 손이 길어지거나, 아님 발을 작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화단은 이미 초록잎이 뒤엎었고, 꽃을 찍으려면 공중에 떠
오
르는 마법이라도 부리고 싶어진다.
수집하듯 꽃을 찍는 일은 이런 상황이 되면 잠시 멈추게 된다. 숙였던 고개를 반대로 젖히며, 허리를 길게 펴 하늘을 올려다봤다.
푸른 바다처럼
진
한 청색 하늘은 언제부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을까? 티끌 하나 섞이지 않은 깨끗한 바람이 불
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마스크 틈으로 맡아지는 공기도 다르게 느껴졌다. 꽃을 찍
느
라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맑은 바람은 내게 티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살고 있느냐 묻는 듯했지만 대답하지 못했다. 하늘은 내내 나를 보고 있었다며, 가슴 깊은 곳에 숨겨둔 슬픈 그림자 조각을 그만 놓아버리라고 채근했다.
먼지를 털어내듯 그때그때 버리고 살아야 하지만, 꽃을 찍는 눈은 쉴 수가 없었다. 내가 어떤 곳으로 가던 꽃은 조건 없이 내편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2022.03.27(백목련 @songyiflower인스타그램)
'백목련
이
피었구나
!
'
하얀 비둘기처럼 통통한 배를 내
민
백목련이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하늘에 떠 있는 꽃은 날갯짓하듯 흔들거렸다.
하늘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현자처럼 백목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수줍음 많은 백목련이 맘껏 하얀 꽃잎을 뽐내라고, 하늘은 맑은 바람을 계속 불러냈다.
구름 없는 하늘에 새하얀 건 오직 백목련꽃뿐이었다. 그리고 난 백목련의 하얗고 깨끗한 마음을 닮으려고 또 애를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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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제비꽃
감성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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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감정번역가/ 사연은 버리고 감정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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