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동상이몽

남편은 웹소설 작가입니다

작가의 아내로 사는 일

by 무쌍

한 여행작가의 저자 강연을 듣고 있었다. 미모의 여행작가는 련된 말솜씨까지 부러웠. 당시엔 큰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이유식을 시작한 아이가 있는 엄마로 사는 난 일상이 빠듯했다.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달려가는 도서관은 마음이 춤을 추는 무도장이었다.


보고 싶은 책을 실컷보고, 무료 강의를 빠지지 않고 신청하며 도서관을 들락거렸다. 어떤 사람들이 책을 내고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되는지 궁금했다. 유명한 시인부터 처음 보는 작가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내가 가지 못한 길을 가본 그들의 강연을 으며, 글을 쓰는 삶을 상상하는 일은 내겐 뜬구름 잡는 듯했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글쓰기는 혼자 하는 일이니 더 솔깃했던 것 같다. 뭐든 해보고 싶은 욕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은 삶의 태도로 소심하게 바꿔버지만 뭔가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들었다.


강의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었는데, 레이스 장식이 풍성하게 달린 알록달록한 피스 차림에 큰 귀걸이를 한 여자분이었다. 은 표정은 한눈에 봐도 화려하고 경쾌한 분이었다.


"저는 솔로예요. 지금은 짝꿍을 찾는 중에요. 작가님처럼 꼭 여행작가가 되고 싶어요. 혹시 작가님은 결혼하셨나요?" 너무도 사적인 소개와 질문이었지만 생글거리는 그녀를 보며 수강생들도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결혼은 했습니다. 다음은 강의와 관련된 질문으로 해주세요."라고 웃어넘겼다.

다음 질문자 가장 고령의 수강생이었.

"결혼했다면 안일과 아이 육아 때문에 시간이 없을 텐데, 가님은 글을 언제 쓰세요?"

" 전 아이가 없어요."

"아 그랬구나. 그럼 남편은 뭐하는 사람이에요?"


맙소사 내 얼굴이 달아올랐다. 강의장에서 만난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인데도 왜 묻는지, 공인이 된다는 건 이런저런 질문도 대답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남편은 웹소설 작가예요. 둘 다 글을 쓰지만 분야가 달라요. 서로 작품에 대해선 궁금해하지도 않고 읽지도 않아요." 라며 웃었다. 누군가가 또 묻는다.

"남편분 대표작이 뭐예요?"

그날 난 알았다. 작가가 되는 일에는 자신을 어디까지 드러낼지 경계를 지어야 하는 것도 포함되겠구나. 그 대답을 끝내 작가는 하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그녀에게 배운건 바로 선을 긋는 태도가 대단히 유쾌했다는 것이다. 그냥 웃으며 죄송하다는 말도 없이 말했다.

"그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다른 질문 주세요."


실 남편도 웹소설 작가. 는 남편이 쓴 소설 원고를 가장 먼저 본다. 리고 퇴고를 하는 남편을 도와 원고 수정을 다. 워낙 텍스트를 좋아하는 나지만 원고를 읽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을 읽기 좋아한다고 해서 퇴고의 실력이 있다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남편은 내게 은근히 기대를 한 듯했지만 오타를 잡는 일도 처음엔 어려웠다. 나는 그저 책을 좋아할 뿐 작문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작가의 아내 소설의 초고를 읽을 수 있는 호사로움도 누리지만, 남편의 원고를 볼 때마다 표현할 수 없는 책임과 부담 느낀다. 부가 일을 같이 하는 것은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을 모두 포함하는 듯했다.

바로 어제였다. 그는 내 품에 종이책 두 권을 안겨주었다. 웹소설이 소설책으로 정식 출간했다. 출판사에서 보내온 택배박스를 열자마자 울컥했지만, 아이는 정작 기뻐할 사람은 아빠라며 핀잔을 줬다. 나무를 좋아하는 남편이라 그런가? 소설책 발행일자도 식목일이었다.

시인이 되겠다던 남편은 웹소설을 쓰더니 정식 소설 작가 되었다. 남편이 뭘 하는지 숨기고 싶었는데, 첫 출간 소식은 글로 남겨두고 싶어졌다.


남편은 여전히 새로운 웹소설을 연재 중이다. 남편 매일 꼬박꼬박 새 글을 써낸다. 그래서 항상 다음날 오전에 봐야 할 초고와 수정본이 나를 기다린다.

매일 아침 갓 구운 빵 냄새를 맡는 기분으로 남편의 글을 읽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 말을 들어 주는 내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