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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착한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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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쌍 Apr 30. 2022

씨앗에게 선택과 포기를 배운다

호랑이 콩 키우기

  동네 유치원 텃밭에 강낭콩을 심었나 보다. 텃밭에 키가 비슷하게 자란 콩 모종을 보니 반가웠다. 심은 날짜를 보니 한 달 전인데, 빈자리 없이 모두 싹이 잘 올라온 듯싶었다. 얼마 전에 아이와 나도 베란다 텃밭상자에 호랑 콩을 심었다.  


 첫째 아이손은 신기하다. 식구가 같 씨앗을 심었는데도  싹이 트는 쪽은 첫째의 것이다. 그렇다고 식물을 키우는데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다. 가끔 들여다보긴 해도 무심한 듯 물 주기도 게으르기만 하다. 그런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듯싶다. 아이는 씨앗을 심을 때 먼저 씨앗을 고르는데 공을 들인다. 나름 기준을 두고 자신이 고른 것을 심. 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예 다른 것을 요구다. 그런 아이를 보 나와 참 다르다는  깨닫다.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줄줄이 어린 동생들을 의식해서인지 뭔가를 고를 때는 무조건 양보하고 남는 것이 내 것이었다. 착한 장녀 노릇을 해서 부모님을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기도 했지만, 경쟁에서 이겨봤자 좋은 소리도 못 들었기 때문이다. 다 자라서도 어느 자리에서나 '아무거나'라고 하는 것이 익숙했다. 먼저 좋은 것을 고르기보단 주어진 것으로 해보려는 고집도 그런 행동을 만들었을지 모르겠다.


   밭상자의 자리 채워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심을 만한 모종을 구하지 못했다. 늦기 전에 빈자리를 채워야 했다. 년에 심다 남은 호랑이 콩이 있었다. 흙에 비료를 적당히 섞고 물을 적셨다. 아이에게 심을 리를 알려주며 콩이 담긴 컵을 건네주었다. 아이는 나무 가지로 흙에 구멍을 차근차근 내더니, 콩을 요리조리 살펴가며 하나씩 골라 심었다.

 아이는 씨앗을 다 심었다며 이 남았다고 했다. 남은 콩을 보니 모양이 투박하거나 색이 다른 것들이었다. 아까운 생각에 남은 것도 함께 심었다.

호랑이콩 (2022.04.29)

  콩은 일주일이 되자 싹이 올라왔고, 먼저 심은 토마토보다 확연히 성장이 빨랐다. 텃밭상자는 토마토와 콩이 반반 자라고 있다. 별일 없다면 여름까지 호랑이 콩과 토마토 키우기가 아이들과 함께할 소소한 일상이 될 것이다.  


  아이가 심은 콩은 줄기가 길어지고 잎이 많아졌다. 하지만 내가 심었던 남은 콩은 싹이 라오긴 했지만 떡잎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콩나물 줄기처럼 하얗게 시들었다.


 씨앗봉투에 담겨 있다고 해서 무조건 씨앗이 건강한 것은 아니었다. 제대로 결실을 보려면 씨앗부터 잘 골라야 하는데 말이다.

 "너 씨앗 고르는 거 어떻게 알았어?"

 "엄마가 알려준 거잖아."라고 아이는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아이가 물어보는 대로 대답해주긴 했는데, 막상 아이에겐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나는 평소 하던 대로 했던 것 같다. 아이 묻는 질문에는 모범답안처럼 답을 하면서도 정작 나는 오랜 습관처럼 버리지 못한 것이 있었다. 버리기 아까운 것만 생각하고 고르는 것은 서툴렀다. 좋은 것을 먼저 골라 내 것으로 만드는 일도 연습이 필요한 듯싶다.


  먼저 심은 백일홍 줄기가 제법 길어졌다. 그중에도 잎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자라지 못하는 싹이 보였다. 기다려줄까 싶었지만 슬그머니 뽑아내 버렸다. 기다린다고 해도 잎이 제대로 자라지 않을게 분명했다. 식물을 키우다 보면 포기가 아닌 골라내기인데도 늘 마음이 약해. 나는 선택하는 일과 포기하는 일 둘 다 쉽지 않다. 식물을 키우는 일은 서툰 어른으로 사는 내게 꼭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걸리지만 천천히 스며들듯 깨닫기 때문이다.

 

 선택하는 법과 포기하는 법을 씨앗에게 로 배웠. 콩 심은 데 콩이 나려면 제대로 된 씨앗부터 골라야 한다는 걸 고 있었다. 아이 덕분에 베란다엔 나무처럼 호랑이 콩이 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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