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꿀벌을 꽃나무에서 만났다

꿀벌의 노래

by 무쌍

몇 해 전이었다. 장미꽃이 필 무렵 유난히도 눈에 거슬리던 사람들이 있었다. 온갖 종류의 장미덩굴이 있었지만, 하얀 찔레꽃에만 벌들이 많이 모였다. 꽃을 보는 사람들 틈에 수상한 손이 보였다. 들은 벌들이 꽃에 앉자 슬쩍 비닐봉지를 감싸며 벌을 잡았다. 이미 봉지 안엔 꽤 많은 꿀벌이 들어 있었다. 지나던 사람들이 왜 잡는지 물어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 뒤 중랑천 수변공원에 은 꽃양귀비 피자 또다시 꿀벌 잡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붉은 꽃밭을 찾아온 벌을 똑같이 비닐봉지로 훔쳐갔다. 산책로에 나온 사람들이 잡는 모습을 힐끔거렸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꿀벌은 계속 꽃 주변에 날아들었고, 꽃은 오래도록 피어주었다. 그 뒤로 그들을 보지 못했지만 내내 왜 그렇게 꿀벌을 훔쳐가는지 궁금했다.


꽃을 찍다 보면 가장 많이 만나는 건 곤충들이다. 여름이 더 가까이 오면 모습을 드러내겠지만 등에나 무당벌레, 나비도 요즘 흔하지는 않다. 그런데 이젠 꿀벌도 목록에 올려야 하나보다. 제주에서부터 전국에 걸쳐 꿀벌이 실종되었다는 뉴스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양봉업자들도 벌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확실하게 알아내지 못한 것처럼, 사라지게 한 이유도 한두 가지가 아닌 듯싶었다. 문제점으로 보도된 내용 중에 응애를 죽이는 살충제 방제를 위한 드론 비행이 꿀벌들을 사라지게 했을지 모른다는 견해가 있었는데, 문득 미국에 살았던 그녀가 떠올랐다.


어느 날 새소리가 들리지 않자 그녀는 그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해충을 잡기 위한 살충제가 새들도 사라지게 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녀는 바로 '침묵의 봄'을 쓴 레이철 카슨다. 무분별하게 쓰이던 유독성 살충제의 쓰임에 대한 반성과 오염된 환경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무지했던 세상을 향해 소했다. 그녀가 미래의 우리에게 책을 남겼지만, 여전히 인간은 자연 훼손하는 쪽이고, 그 일이 앞으로 어떻게 영향을 줄지 걱정스럽지만 멈추지 않는다. 어가에서 사라는 생명은 말도 없고 소리도 없으니 침묵은 정말 무서운 경고일지도 모르겠다.


예전보다 꿀벌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말벌들 틈에 살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 기후변화, 사람처럼 바이러스도 문제라는데, 우리가 팬데믹에 시달리는 동안 우리가 사는 환경도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나 보다. 한 해 꿀벌이 사라진 개체수가 어마어마하다니 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봄꽃이 피기 시작하면 윙윙 거리며 소리 내는 벌을 무서워했지만 올해는 다르다. 벌을 커녕 다른 곤충도 보기 힘들다. 큐피드처럼 사랑을 이루게 하듯 꿀벌이 하는 일은 채소 과일의 열매를 맺게 수분을 돕는다. 기계도 사람도 따라 할 수 없을 만큼 꿀벌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디 그뿐인. 이 얼마나 달콤한지 우리는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꿀벌이 없으면 가을을 기다리는 결실도 없어지고, 결국 인간의 생존도 위협한다는 건 가능성만 이야기할 상황은 아닌 듯싶다. 실종되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만개한 꽃나무에 늘 있던 벌은 찾을 수 없었다. 얼마 전에 복사꽃 나무에서 본 벌 한 마리가 다였을 정도다. 꿀벌이 윙윙 소리를 낸다는 건 벌에 쏘일까 봐 조심해야 한다는 신호였지만, 봄 와도 꽃이 피어도 벌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건 더 오싹한 일이었다


만개한 야광나무 꽃(2022.04.27)

느지막이 꽃송이를 피운 꽃나무가 있다. 밤에도 꽃이 밝게 빛을 낸다고 야광나무라고 불리는데, 올봄에 가장 많은 꽃을 피운 것 같았다. 에 본 적은 없지만 낮에도 새하얀 꽃송이가 반짝이며 돋보였다. 며칠 전 나무 아래 비가 날리듯 꽃잎이 쏟아는 것이 보였다. 바람 한점 없이 고요한 날인데 꽃잎이 계속 떨어지니 이제 꽃이 지는구나 싶었다.

아쉬운 마음에 사진에 담아 보고 싶어 나무 아래로 갔다. 탐스러운 꽃송이를 골라 찍고 있었는데, 반가운 소리가 렸다. '윙윙 윙윙' 벌이 내는 소리였다. 예전에 봉화산 아카시 꽃에 잔뜩 몰려든 벌들이 내는 소리와 똑같았다. 수많은 꿀벌 무리가 꽃나무를 점령한 듯 차지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꽃잎이 시들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벌들이 꽃 하나하나 달라붙을 때마다 스티커를 떼어내듯 꽃잎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사라진 줄만 알았던 꿀벌이 찾아와서 인지 꿀벌이 내는 소리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꿀벌들이 부지런히 일하는 모습을 보니, 자연이 하는 일에 더욱 깊은 경이로움이 들었다.

꿀벌이 실종되었다는 공포스러운 뉴스 기사보다는 희망을 주는 뉴스를 기대하고 싶다. 경각심을 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분명 어디선가는 꿋꿋하게 제일을 하는 존재들도 있으니 말이다. 꿀벌이 내는 소리 땀을 흘려가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존재들을 위한 응원의 노래처럼 힘이 껴졌다.

나무도 낮밤을 가리지 않고 반짝이는 꽃잎을 피우며 늦게 찾아올 꿀벌들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을까? 꿀벌들은 지금도 활짝 핀 꽃을 찾아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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