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멍은 초보입니다

오월의 장미

by 무쌍

장미의 계절이 왔다. 동네에 장미꽃이 불을 켜듯 한꺼번에 피었다. 길가에 꽃이 많은데도 꽃바구니가 전시된 꽃집 앞을 지나려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직원들은 바쁜 걸음으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고, 꽃바구니마다 가격이 붙여있었다. 꽃집 앞에 만들어진 꽃바구니들을 보며 저 꽃들은 누구의 것이 될까 싶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담은 꽃을 받는 얼굴을 상상해보았다.


한 남자가 꽃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곧바로 나왔다. 헬멧을 쓴 채 오토바이를 세워둔 남자는 꽃바구니 배달 때문에 온 줄 알았는데 장미꽃을 사러 온 손님이었다. 꽃집 주인은 따라 나오며 로즈데이에다 성년의 날까지 장미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했다. 는 빈손으로 갔고, 장미꽃을 구하지 못하고 가는 그가 잠깐 신경 쓰였다. 도 그 앞에 계속 있을 이유가 없었다.


상가 건물을 벗어나자 아파트 단지가 나왔다. 눈앞엔 붉은 덩굴장미가 끝도 없이 보였다. 꽃집 장미만큼 단정하고 가지런하지 않지만 자유롭게 흔들리며 탐스럽게 핀 장미가 한창이었다.

어떤 꽃송이를 먼저 들여다봐야 하나 결정하지 못하고, 송이송이 달린 꽃은 시선을 어지럽게 했다. 담장 앞에 서니 붉은 장미꽃은 한꺼번에 내게 달려들듯 감싸고돌았다. 근사한 장미 향기를 나 혼자 독차지한 듯 꽃을 따라 걸었다. 하나도 놓치지 않고 싶었다.

계절이 주는 오월의 장미였다. 하지만 내가 누리는 시간도 순간일 뿐이다. 문득 누군가는 쉽게 갖지 못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곳을 찾아갈 시간을 내지 못했다면 보지 못했을 순간이었다.

방금 꽃집에서 만난 남자에게 말하고 싶었다.

"장미가 핀 곳이 많으니 그분과 함께 가보세요. 꽃을 사지 못했도 꽃을 보여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금방 알아채야 했다. 빨려 들 듯 진한 꽃 향기를 맡고 나니 정신이 들었나 보다.


내 아이들은 모두 봄에 태어났다. 꽃을 좋아하는 나는 산후조리하는 동안 벚꽃도 그립고 장미도 그리웠다. 꽃이 많이 피는 봄부터 초여름을 꼼짝 못 했으니, 남편을 졸라 꽃을 사 오게 하던 일이 떠올랐다. 붉은 장미 한 송이를 다 시들어질 때까지 보며 장미꽃이 만발한 공원에 간 기분을 상상했었다. 무심코 나는 쉽게 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왜 그걸 모를까 싶었다. 런 또 내가 멀리 갔다. 잠깐 이었지만 떠오르는 대로 생각을 따라갔다는 것이 한심해졌다.

지난봄 장미가 필 때는 몰랐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걸 말이다. 함부로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믿었던 것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보는 것으로 끝을 내고 싶지만 분석하듯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이 내게는 함정이었다. 몸을 쓸데없이 많이 움직이는 일과 다를 것이 없었다. 금방 지쳐버렸다. 하기 싫은 일들을 멀리하듯 지나친 생각의 꼬리물기도 만두어야 했다.

을 보면 사진부터 찍으려고 이리저리 각도를 잡는 일이 먼저였다. 그리고 무슨 꽃인지 이름을 불러오고, 관련된 사람들과 사건들이 소환된다.

당장 고쳐지지 않지만 꽃도 멍하니 바라보는 법을 새롭게 익히고 있다. 나는 꽃을 매일 찾아 나서지만, 부끄럽게도 꽃 멍은 초보다.

달라진 건 내 마음인데, 장미꽃향기는 더 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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