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엄마노트

구름 사진관 쉬는 날

날마다 구름

by 무쌍

날마다 구름 사진을 찍느라 목이 뻐근하다. 솜사탕만큼 달콤한 향내가 나는 구름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늘에 뜬 여운 구름을 찾 아침마다 뭉게뭉게 바람이 잔뜩 들어갔다.


베란다 창 너머 구름이 몰리기 시작하면 밖으로 나갔다.

특히 풍성하고 커다란 구름을 좋아하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구름보다 오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름만큼 금방 사라지는 자연현상이 있을까?

방금 하트 모양 구름이었는데, 사진을 찍으려고 스마트폰을 꺼내는 사이에 납작해져 온대 간데 없어졌다.


구름이 움직이는 하늘을 찍어보려고 동영상 촬영했는데, 파란 하늘만 덩그러니 찍히는 경우도 많았다. 순식간에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구름이 흩어져버렸 때문이다.


꽃을 찍을 때는 관찰자가 되지만, 구름을 찍는 련함과 집요함이 필요했다.




2023.09.05

벽처럼 쌓인 봉투들 틈에 들고 간 쓰레기봉투를 올리는데, 흰구름 사이로 깊은 바다처럼 짙은 하늘이 보였다. 름이 좀 더 잘 보이는 곳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구름을 처음 발견한 장소만큼 가깝게 보이지 않았다.

결국 쓰레기봉투 더미 옆에서 구름 사진을 찍었다.


구름은 순백색으로 꿈틀거리며 하얀빛을 내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구름을 보았지만, 느 겨울 한라산 정상에서 보았던 설원 위에 깔린 구름보다 더 장엄한 구름이 내 눈앞에 있었다.

을 모아 만든 것처럼 구름은 새하얗게 부서졌다.

하얀색은 지금껏 보던 흰색, 백색, 하얀색, 순백색 여러 가지로 불리는 색이름을 붙이기 아쉬울 정도로 하얀 구름이었다. 쓰레기봉투에서 풍기는 냄새가 방해했지만, 구름과 마주한 시간도 그리 길지 못했다. 점점 납작해지면서 하늘과 섞이며 옅여지고 있었다.



구름이 뭉게지듯 하늘색을 연하게 바꾸어 놓는다(2023.09.06)

하늘을 보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도 보인다. 어떤 사람은 하늘에서 구름만 본다. 어떤 사람은 경이와 전조를 본다. 어떤 사람은 아예 하늘을 올려다보지도 않는다. 마치 짐승의 머리처럼 땅만을 향한다.
어떤 사람은 하늘에서 고요함, 순수함,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본다. 세상은 장엄한 경관을 보겠다고 달려들지만, 정작 하늘의 경관을 보려 하는 이는 거의 없다.

어느 해 겨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일기장에서 찾은 이야기다. 늘 자연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는 그가 꽃이 없는 계절을 보내는 법은 글쓰기였다.


지루했던 지난 겨울, 그처럼 하늘을 보며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올 겨울도 비슷하겠지만, 아직 가을이 남아서 참 다행이다.




구름 사진관 (2023.08)



구름을 보며 귀여운 상상을 하기보다는
혼자서도 변화무쌍 달라지는 내 감정들을 제대로 해석해 보고 싶었다.
왜 기분이 우울한지, 왜 슬픈지, 왜 계속 신경이 쓰이는지 말이다.


감정은 상하게 하기 쉽고, 돌려놓기란 무척 어렵다. 사실상 복구가 불가능하다. 감정은 비 구름이 되기도 하고, 어느 순간 천둥 치며 돌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 시간도 잠시 구름은 흩어지고 다시 고요한 시간이 찾아왔다. 들썩 거리는 감정을 자꾸 감추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 듯싶다. 그래서일까? 하늘에 뜬 구름을 자꾸 확인하게 된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바람이 부는 대로 흘러가는 구름처럼 내 감정도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오늘의 감정은 어떤 건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냥 구름을 보는 것 만으로, 삶의 한 구석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나와의 대화는 구름처럼 흘러갔다.

구름은 그냥 보는 것도 좋지만 사진 찍는 일도 즐겁다. 구름사진을 찍는 건 구름처럼 흘러가는 나 자신과의 대화를 기억해두고 싶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른색이었다. 가끔 구름이 나타나긴했지만, 구름 사진관 활동을 잠시 접고 내 그림자 뒤에 숨어 꽃을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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