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호떡의 계절이 왔다

호떡

by 무쌍

등교 아침 꼬박꼬박 학교 급식 안내 문자가 온다. 늘의 급식 메뉴와 다음 예보는 엄마인 내게 중요하다. 문자를 확인을 해두지 않으면 낭패를 당하기 때문이다.


를 들어 점심 급식에 오리로스가 나왔는데 저녁 반찬에 훈제 오리구이를 내놓으면 똑같은 메뉴라며 투덜댄다. 잘 익은 거봉이 마침 세일해서 들고 왔더니 급식으로 충분히 먹었다며 손을 대지 거나 말이다. 비슷한 조리법이나 같은 재료로 만든 반찬을 같을 거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꼭 급식으로 먹은걸 또 주더라."


제철에 맞는 과일이나 재료로 음식을 하는 급식인데, 집에서도 같은 반찬이나 과일을 나오는 일은 흔한데도 아이들은 "또야?"라며 핀잔을 준다.


두 아이가 같은 학교에 다니니 중복 메뉴만 피하면 큰 문제는 없지만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한 아이는 잘 먹는 반찬인데, 또 다른 아이는 굶다시피 하겠구나 하는 날도 감지가 된다. 김치볶음밥이 나온 날이었는데 학교 앞은 저학년 엄마들이 웅성웅성 시끄러웠다. 매운 밥을 먹지 않을 아이들 걱정에 점심을 먹이고 학원을 보내야 한다는 아쉬운 소리가 대세였다. 그래도 곁들여 나온 호떡과 귤이 있으니 내 아이들은 배는 채웠겠다 싶었는데, 웬일로 둘 다 급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고 했다. 김치볶음밥이 입에 맞기도 했지만 호떡이 또 먹고 싶다고 하니, 듣는 나도 쓱 군침이 돌았다. 운 날에 호떡이라면 제철 과일을 먹는 것과 다를 것이 없으니 말이다.


식재료 서랍에 한 세트 남은 호떡믹스가 있던 것이 기억났다. 마트에 파는 호떡믹스는 설명서 대로만 하면 걱정이 없다. 솜씨 없는 겐 간편 조리 세트가 무조건이다. 히나 호떡은 이맘때부터 추운 겨울까지 간식으로 해 먹기 좋다. 호떡 반죽을 시작하자 호떡이 더 먹고 싶던 아이는 신이 났지만, 한 아이는 학교에서 먹었는데 또 먹냐며 손을 흔들었다. 래도 호떡이 먹고 싶은 아이는 잔뜩 기대를 한 모양이다.

크기는 다르지만 맛은 똑같다

"엄마, 호떡은 종이컵에 넣어 먹어야지."

"종이컵?"

"밖에 파는 건 종이컵에 넣어주잖아."


다행히 싱크대 안을 뒤져보니 종이컵이 하나 보였다. 동그란 모양에 크기는 다르지만 워진 호떡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 더 먹고 싶다."

"..."

"엄마 다음에 또 해줘. 아 참! 호떡믹스 사 올 때 종이컵도 꼭 사 와!"


그렇게 말하고 아이는 식탁 위에 설탕물이 잔뜩 묻은 빈 종이컵만 남겨두고 갔다.

자식 입에 들어가는 건 다 예뻐 보인 다지만, 요구사항이 확실한 아이의 말엔 웃음이 사라졌다. 어려서 한 번도 저렇게 해달라고 해본 적이 없으니 더 말문이 막혔다. 한편으론 아이가 하는 대로 따라 해 보면 근사해지기도 하니 배우는 점도 있다. 기분을 내서 먹는 일이 거창한 것이 아닌가 보다. 커피 한잔도 좋아하는 잔에 마시는 기분은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주말이 되기 전에 호떡믹스와 종이컵 한 줄을 사들고 왔다. 아이가 말한 대로 앞으로 호떡을 종이컵에 넣어주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 동문시장 이불 상가 뒤편으로 호떡 골목이 있었다. 시장 입구에 할머니들이 쭉 앉아서 파는 데 늘 북적이는 자리는 딱 두 곳이었다. 머리가 아주 하얀 할머니 두 분이었는데 손이 얼마나 빠른지 주문하면 금방 호떡이 구워졌다. 200원? 100원? 기억이 가물하지만 용돈이 생기면 일부러 집 근처 버스정류장을 한참 지나 시장 골목에 내렸다.

그땐 길게 자른 표지 종이가 손잡이였다. 호떡을 다 먹을 때가 되면 손가락이 닿은 곳만 기름이 자국이 생겼다. 호떡을 먹던 그날이 너무 오래전이란 사실에 뭉클해졌다. 아이가 종이컵에 호떡을 담아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떠올리지도 못했을 듯했다.


오늘의 이야기를 쓰다 보면 그림자처럼 지난날이 겹쳐진다. 글을 쓰다 보니 삶의 모든 장면들이 소중해지는 듯하다. 그래서 무엇이든 글로 쓰고 싶어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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