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곁에 두고 있으면 마음이 저절로 조용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꽃집에 파는 절화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한 때는 플로리스트가 되고 싶은 시절이 있었지만, 작품을 만들어내는 재능은 없었다.
주차장 공터에 핀 분꽃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내가 좋아하는 꽃은 동네에 길가나 화단에서 피어나는 야생화였다. 집 밖을 나가면 꽃들이 피어나는 자리가 있다. 도심에서는 일부러 화단에 심어놓은 꽃도 있지만, 돌틈이나 콘크리트 틈에 야생초도 많다. 길 위에서 반가운 친구를 만나듯 가는 곳마다 다른 꽃들이 핀다.
꽃을 찾아 사진으로 담는 일은 일기를 쓰듯 빠뜨리지 않았다. 일부러 출사를 나가려고 카메라를 들고나가기도 하지만 보통은 스마트폰으로 찍는다. 마트를 가다가도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길에도 보이는 꽃은 다 찍는다.
가던 길을 헤매던 발도 꽃 앞에선 차분하게 진정이 된다. 사진을 찍으며 또다시 꽃들을 따라 길을 걷는다. 예민해진 감정을 못 견뎌하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일과다.
자연을 자주 만나다 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꽃피는 순간부터 피어있는모습과 꽃잎이 빛을 잃어가는 모든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걸, 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살아있는 존재들의 운명도 받아들여진다. 꽃을 피워서 씨앗을 만들어 내듯, 내가 살아가는 이유도 분명 있을 거란 확신이 든다.
가을에 만들어진 씨앗이 어디론가 날아가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 한다. 씨앗은 떡잎을 만들고 줄기를 뻗어낸다. 꽃 한 송이가 피고 나면, 씨앗 열매로 임무를 완수하고, 뿌리 속에 기억을 씨앗에게 건넨다. 마치 자신의 족보, 비법을 보내는 것처럼 필사하며 쓴 일기장을 넘겨준다. 남겨지지 않은 것은 흙속으로 사라진다.
화단에 핀 페튜니아꽃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성당을 다니는 동생의 책꽂이에서 작고 얇은 문고 책 하나가 눈에 띄었다. MM마고의 <그대가 성장하는 길>이라는 종교서적이었다. 꽃을 좋아하는 나에게 눈에 띄는 구절이 있었다.
"활짝 피어나십시오"
"심은 자리에서 피어나십시오"
"당신의 집에서 바로 당신이 당신의 집을 황홀케 하는 꽃입니다. 당신의 생각과 꿈을 열망을 함께 나누십시오"
"당신이 그들에게 보내는 미소는 꽃들을 비추는 햇빛과도 같습니다."
나도 정말 활짝 피어나고 싶다. 매일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서 화가 날 때가 더 많지만 말이다. 꽃을 노래하는 시를 쓰는 시인들도 부럽다. 시하나가 꽃 하나처럼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소공원 화단에 핀 배롱나무꽃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내 스마트 폰에는 일주일이면 수천 장의 꽃 사진이 쌓인다. 아이들 사진은 그만큼 많지 않다. 보통 엄마들은 그 반대일 것이다.
등굣길 시간이 바쁜 아이를 잡고 제비꽃을 찍는데 아이는 말한다.
"엄마! 제비꽃은 봄되면 또 핀다며! 빨리가자!"
하굣길에 동사무소 앞에 장미꽃이 예쁘게 피었다. 말없이 쳐다만 보는 엄마를 보고 아이는 말한다.
"엄마! 다음 신호에 건너면 돼, 사진 찍어."
이런! 항상 옆에 있어서 잊고 있었다. 아이들도 열심히 커가고 있는데 말이다. 그 어떤 것 보다 반짝이는 꽃인 아이들 사진도 찍어야겠다. 엄마가 꽃 사진만 찍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