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잘 버리는 못하는 성격이다. 늘어난 짐 때문에 수납함을 더 구매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다. 10년 넘게 살던 집을 갑자기 떠나게 되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막상 결심이 서니 모든 것이 일사천리였다. 집은 내놓자마자 두 번째 보러 온 사람이 보자마자 계약했다. 집이 나가자마자 우리도 그동안 염두했던 곳으로 집을 보러 갔다. 처음 본 집을 계약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주인이 마음을 바꾸는 바람에 포기하고 두 번째 본 집을 계약했다.
성격이 급한 부부가 두 번째 만에 구했으니 운이 좋았다. 문제는 다시 집안에 있는 물건들과의 조우였다. 아이가 둘이나 생기고, 10년 동안 꺼내보지도 못한 물건을 보니 앞이 깜깜했다.
늘어난 살림을 차근차근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중한 책장 앞에서 나는 아무런 답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매달 책을 사니 늘어나는 책장을 감당할 수 없어서 구매 대신 도서관에서 빌려봤다. 하지만 아이들의 책들이 함께 쏟아지니 책장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그렇다고 책을 잡동사니라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책을 줄어야 한다고 느낀 건 다시는 꺼내보지 않는 책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몇 해 전에 캐런 킹스턴의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과 곤도 마리에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일독하였지만, '언젠가 나도 필요할 때가 있을 텐데 아직은 아니야' 라며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았다.
캐런 킹스턴은 "시간이 되면 책을 떠나보낼 줄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책들에 집착하는 것은 매우 흔한 현상이다. 특히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습관에 길들여진다. 많은 사람들에게 책은 충직한 친구와 같다. 내가 그들을 필요로 할 때면 늘 같은 곳에서 나를 맞아주고, 지식을 나누어 주며 영감을 부여하고, 오락거리를 제공하고, 무수한 방법으로 나를 자극한다." 그리고 책에 지나치게 얽매이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길 거라고 했다.
"오래된 책을 간직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나 새로운 사고방식이 내 인생 속으로 비집고 들어올 틈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책은 충직한 친구들이다
물론 읽을 당시는 그 문제라는 것을 전혀 이해 못했다. 책에 관해선 너무 관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가 말하는 대로 살펴보니 책장에 꽂힌 책들은 새로운 것은 없었고, 이미 소진한 에너지만 느껴졌다. 책 속의 글들은 나의 의식 어딘가에 들어가 있었고, 마흔을 넘은 인생에 새로운 것을 받아 드릴 준비가 필요했다.
책이 넘쳐서 한번도 책장에 한줄로 책을 꽂아 본적이 없던 것 같다
수를 세는 것에 취미가 없지만, 500권이 넘는 책 중에 대략 5분의 1의 책이 사라졌다. 남겨진 책들도 이사를 가기 전에 다시 줄일 작정이다. 그래도 미련이 남는 책은 그녀의 조언대로 '딜레마 상자'에 넣어 두어 1개월 후에 결정하려고 한다.
딜레마 상자의 책들을 줄일 때는 <인생의 빛나는 정리의 마법> 곤도 마리에의 조언대로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를 실천할 계획이다.
책은 절대 버리지 않겠다 했지만, 책장에 꽂힌 채 미련으로 남았는지 모른다. 세월에 빛바랜 책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시간이라는 걸 그 책들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그리고 아직 모자란 내 글쓰기를 위한 책들은 좀 더 남아 줄 것이다.
참...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은 엄마가 읽어보신다고 들고 가셨다. 엄마는 우리 형제가 떠난 집에서 과거의 물건들과 살고 계신다. 엄마에게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