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새롭게 핀다

나팔꽃(모닝글로리)

by 무쌍

아침 시작을 알려주는 것은 떠오르는 태양만 아니라 나팔꽃도 포함된다. 나팔꽃은 아침이 밝아올 때에 맞춰서 다문 꽃봉오리를 활짝 피우기 때문이다. 덩굴줄기 따라 한꺼번에 꽃을 피우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처럼 화려하다. 도심에서 자라는 나팔꽃은 낡은 담장이나 오래된 나무들 틈에서 더 돋보인다.



나팔꽃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어느 해 인가 분갈이용 흙을 사러 갔다가, 진열대에 매달린 채소 씨앗봉투 틈에 꽃 3종 세트 봉투가 눈에 띄었다.

해바라기, 메리골드, 나팔꽃이었다.

'천 원이면 꽃을 이렇게나 볼 수 있다고?'

집에 와 뜯어보니 씨앗은 꽤 많이 들어 있었다. 씨앗을 심었는데, 결과는 나팔꽃이 완벽한 승리였다. 쑥쑥 늘어지는 줄기를 빨래 건조대에 줄을 연결 주었더니 초록커튼이 되었다. 너무 무성하게 자라니 벽을 뚷고 나갈 기세였다.

하늘색 나팔꽃은 아침마다 피어서 점심때가 지나면 꽃잎은 돌돌 말리며 시들었다. 직접 키워보니 나팔꽃은 매일 아침 새꽃을 피운 것이었다. 수분이 증발되면 꽃잎이 자연스럽게 돌돌 말려 시들어가니 그늘진 곳에 핀 나팔꽃은 좀 더 피어 는다. 그래서 가에 나팔꽃들은 오후에도 활짝 핀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렇지만 나팔꽃은 아침에 피고 금방 시들어 버린다.

나팔꽃 덩굴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아이들과 학교가는 길에 만난 나팔꽃 덩굴이 너무도 예뻐 매일 등원시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비가 촉촉하게 내리던 아침 빗방울을 맞으면서 장미정원에 장미를 가지치기하고 잡초를 뽑는 손들이 보였다. 이미 정리된 나팔꽃 덩굴은 바닥에 큰 실타래처럼 돌돌 말려 있었다. 장미정원에 남아있던 작은 나팔꽃도 분리되고 있었다.
'저런! 매번 방심하다가 기회를 놓치고 만다. 내일도 그 자리에 있을 것이란 믿음은 하루 만에 깨어졌다.


길가에서 나팔꽃들을 만나면 단 멈추고 웃는다. 오래 머물러 주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팔꽃을 보며 웃는 나에게 아이가 묻는다.


"엄마 나팔꽃으로 나팔 불 수 있어요?"

'.....'

난 대답을 못했다. 둘러대기를 잘하는 편이지만, 금방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아이와의 대화를 SNS에 올렸더니 마음으로(^^) 나팔꽃을 불 수 있다고 일러주는 분도 계셨다. 또 시든 나팔꽃을 꽃잎만 따서 딴 부분을 입으로 살살 불면 닫힌 봉오리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아이와 나팔꽃을 다시 만났을 때 이렇게 말해줬다.

"진짜 나팔처럼 예쁘게 피었다 그렇지? 나팔 불어 볼까?"

"엄마 나팔꽃으로 나팔 못 불어. 상상으로 해야지 뿜 뿜"

웃으며 아이는 손나팔을 분다.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이도 꽃을 보며 스스로 생각하고 배우고 있구나 싶었다.


사실 난 아이들 앞에서 섭불리 꽃을 따거나 잎을 따서 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민들레 갓털을 한번 따서 불게 했더니, 아이들은 보이는 민들레 갓털을 죄다 꺾어 불어댄다. 물론 민들레 씨앗을 대신 날려 보내기도 하겠지만, 꽃을 꺾는 일을 알려준 샘이라 내내 후회를 했다.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다시 뒤집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아이들에게 늘 옳은 행동만을 하면 좋지만, 실수를 하다 보면 알게 되는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오늘도 아이에게 어떤 엄마 였는지 궁금해진다. 그래도 내일 나팔꽃처럼 새로운 꽃이 다시 피어날 것이다.


비오는 날 나팔꽃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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