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젤리를 밥처럼 먹었다

겨울방학 일상

by 무쌍

두 아이의 겨울방학 날이었다. 지난여름 방학엔 어떻게 긴 날을 보내나 걱정이었는데, 이번 방학은 달랐다. 두 자릿수 영하로 떨어지는 추위 때문이라도 아이들과의 아침 등교는 빨리 그만두고 싶었다. 게다가 눈이 소복이 쌓여있으니 하굣길의 아이들도 금방 들어올 생각이 없었다. 오들오들 엄마는 춥다고 하지만 아이는 친구들과 노느라 추운 줄도 몰랐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방학을 했으면 싶었다.

방학이면 어디든 자유롭게 다녔던 예전처럼은 아니더라도 근사하게 외식을 해볼 작정이었다. 그런데 반 친구들이 줄줄 확진되고, 선생님이 재 감염되자 아이들도 긴장을 했다. 눈밭에 살다시피 하더니 아이가 미열도 있고 콧물이 나서 병원 데리고 갔다. 가벼운 감기여서 괜찮았지만, 독감이든 코로나든 진단이 나오면 학교에 통보하고 격리를 해야 했다. 감기 증상이 있으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진료를 하는데, 이번엔 독감과 코로나 진단을 동시에 하는 검사 권유를 받았다. 바이러스가 많은 밖은 여전히 안전하지 못했다.


방학하면 뷔페식당에 가자고 약속은 했었지만, 막상 집에서 먹자니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어쩌지? 뷔페 가고 싶다고 했는데 말이야."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던 남편이 말했다.

"그럼 집에서 뷔페 해주지 뭐."

남편의 한마디에 음식리스트를 작성했다. 열개 남짓 음식을 준비하기로 했지만 다 차려놓고 보니 열여섯 개라며 남편은 너스레를 떨었다. 모든 음식을 1-2인분으로 준비했다. 평소 하던 4인분이 아닌 작은 양의 음식들을 만드는 건 소꿉놀이를 하듯 웃음이 나왔다. 엄마 아빠가 아이들을 기다리라고 하고는 음식을 차리며 놀던 설정이 딱 맞는 광경이었다.

평소에는 사지 않은 알록달록 소가 잔뜩 묻은 젤리와 초콜릿 자를 준비했다. 초밥을 먹어보지 않아서 눈이 커지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벌써 디저트를 훑어보더니 소곤거렸다. 평소에는 없어서 못 먹는 새우튀김도 립도 감자튀김도 그대로였다. 식이 줄지 않았다. 일 인분 음식으로 차려진 뷔페 메뉴는 네 식구가 하나씩 맛을 봐도 그대로 인 듯 보였다. 아이들은 한 곳에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거 먹어도 돼요?"

아이가 묻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디저트를 먹고 싶어서 한참 참은 듯 보였다. 달달한 푸딩과 초콜릿 과자, 새콤한 젤리를 절대 한꺼번에 주지 않지만, 오늘 만큼은 그냥 두고 싶었다. 아이들은 젤리를 밥처럼 먹고 초고파이를 립처럼 들고 뜯었다.


아이들이 먹고 싶은 건 뷔페로 차려진 음식이 아니라 바로 디저트였다. 달달한 디저트를 실컷 먹은 아이들 다음에도 해달라는 말을 했지만 엄마인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매년 명절 상을 차렸지만, 이번 뷔페준비가 가장 힘들었기 때문이다. 남편도 피곤하긴 마찬가지였나 보다 아이들이 없는 틈에 소곤댔다.

"다음엔 나가서 먹자."


준비한 음식은 저녁까지 먹고도 남아서 다음날까지 먹어야 했지만, 부작용은 또 있었다. 아이들은 남은 디저트가 있나 싶은지 꾸만 식탁을 기웃거렸다. 며칠 동안 '아 맞다! 뷔페음식 다 먹었지!' 라며 아이들의 아쉬운 말을 들어야 했다. 다시는 집에서 뷔페를 차리고 싶지 않지만, 아이들은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 뷔페식당에서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디저트 음식들이었으니 말이다.


써 방학이 일주일이나 지났다. 엄마 노릇은 주방에서 멀어지기가 어렵다. 매일 단출비슷한 메뉴로 하루 세끼를 먹는다. 꼼짝 못 하는 일상이지만 왠지 이번 겨울 방학은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방학 첫날부터 힘든 코스로 시작해서 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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