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은 제철입니다

제비꽃 찾기

by 무쌍

키가 작은 꽃, 제비꽃을 만났다.

첫 제비꽃을 발견하고는 매일 산책을 나섰다. 작년에 핀 자리를 둘러보며 꽃이 나타나길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러다 집 앞 화단에 제비꽃 한 포기를 발견하고 매일 들여다보았다.


그제는 한송이 어제는 세 송이, 그렇게 하루 이틀은 꽃을 셀 수 있었는데, 온 동네에 어디를 봐도 제비꽃이다. 제비꽃 찾기는 금방 쉬운 일이 되었다. 제비꽃잎은 보랏빛 분수처럼 동그랗게 포물선을 그리듯 여러 개의 꽃송이를 드리운다.

달랑달랑 바람에 흔들리는 꽃송이를 들여다보려니 고개도 뻐근하고 무릎도 휘청거리지만 마다할 수 없다.


2023. 3.15 제비꽃

제철 음식을 챙겨 먹는 것만큼 제철을 맞은 야생화 구경은 나만 아는 즐거움이다.


햇과일을 처음 맛보는 반가움도 있지만 다시 만났다는 감사한 마음도 기도 했다. 수확 시기에 맞춰 사온 과일이나 채소가 맛이 그대로 이면 좋지만 종종 기억하는 맛이 아니어서 섭섭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작년보다 돈은 더 주었는데, 올해 구입한 과일 맛이 영 기대에 못 미치기도 하고, 그 반대로 저렴하게 샀는데 맛이 좋기도 했다.


제철에만 맛볼 수 있는 음식처럼 내게는 꽃들이 그러하다. 한 해엔 꽃밭처럼 한가득 피었는데, 다음 해엔 한두 포기가 피어 썰렁하기도 했다. 그래도 잊지 않고 때 맞춰 찾아와 주는 것으로 자연은 일을 다한 듯싶지만 섭섭해진다.

또 1년을 기다려야 하니 말이다.

그래도 기다릴 수 있는 건, 도시에 사는 나의 무미 건조하고 심심한 아스팔트 감성을 그나마 로맨틱하게 달래주는 것이 바로 야생화들이기 때문이다.


한철 꽃구경이지만 제철 음식을 챙겨 먹듯이 제철에 피는 야생화들을 구경한다. 꽃이 개화되는 시기에 맞춰 명소를 찾아가는 일도 즐겁지만, 익숙한 산책로에서 계절마다 피는 꽃을 마주치는 일만큼 충만한 만족을 주지 않았다. 글을 쓰게 된 것도 그 일상의 충만함에 등 떠밀려 시작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꽃을 좋아해서 인지, 아이 둘 다 봄에 태어났다.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들에게 한없이 고마웠다. 산후조리를 하는 동안 문밖출입을 못해서 봄을 두 번이나 꼼짝없이 집안에서만 보내야 했지만 말이다. 두 해 동안 보지 못한 건 제비꽃만은 아니었다. 봄에 피는 꽃나무들의 준비한 엔딩을 끝까지 보지 못했고, 여름 야생화들이 피기 시작해서야 꽃을 보러 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은 늘 해방감을 느끼게 해 준다.

내 몸이 때를 만난 듯 부지런히 밖으로 향한다. 일은 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았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사는 일도 월급이나 퇴직금처럼 두둑한 보상이 있었다. 정말 생각하기 나름인 듯싶다. 내 꿈도 제 시간을 맞은 듯 이야기가 멈추지 않는다. 제비꽃이 제철이니 꽃을 보는 나도 덩달아 닮아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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