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생각하려고 꽃을 본다

철쭉화단

by 무쌍

시간에 맞춰 찾은 건물 꼭대기 전망 좋은 사무실에서 한 시간 남짓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몇 걸음 앞에 화단을 보고 풀썩 가슴이 내려앉았다. 차란차란 바람에 흔들리는 철쭉꽃과 잎이 참 탐스러웠다. 양 팔로 끌어안을 수도 없을 만큼 커다란 꽃나무가 나를 폭 감싸주는데 안 웃을 수가 없었다.


꽃에게 한번 물어볼까?

꽃들은 언제나 알아주었다. 눈앞에 활짝 핀 꽃송이를 볼 때면, 보고 싶은 얼굴이 어쩌면 그곳에서 내가 오길 기다렸는지도 모른는 뭉클함이 든다.


그리고 꽃나무들이 불러주는 대로 길을 걸었다.

걷다 보니 어느덧 집 앞에 와 있었는데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듯 오늘 하루가 멀어져 버렸다.


요즘처럼 여러모로 혼나보긴 처음인 듯하다. 감정을 쓰던 일이 익숙했는데, 이런 감정을 글로 써보려니 호러 판타지가 될 것 같다. 스승님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어딜 가도 '아 네' 소리가 절로 나온다. 마흔이 넘도록 살았는데 이렇게 모르는 것이 많았나 싶을 정도다. 어쩌면 지금껏 내가 믿었던 것이 모두 고집에서 나온 것이었나 보다.


오랫동안 바꾸고 싶었다. 내 갑상선에 냉장되었던 이야기들 너무 많은 생각은 과거의 나쁜 경험, 질문 안에 질문,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 한꺼번에 몰려오게 한다. 역시 변화라는 것은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를 꿈에 그리던 나로 만드는 건 아직 멀었나 보다.


너무 고단했는데, 키보드를 보니 뭔가 쓰고 싶어졌다.

아무것도 못하겠는 대도 글로 하는 말하기는 하나도 싫지 않다니 이것도 병인 듯싶다.

그늘진 내가 싫어서 약을 먹듯 꽃을 보았다. 그렇게 딴생각을 한다. 그래야 글을 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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