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한 5월이 되면 식물들은 준비한 모두를 펼쳐내기 시작한다. 입하가 지나고 절기상 여름의 길목이 열리면 길가에는 일제히 꽃바람이 분다. 파릇파릇한 초록의 야생초들도 쉬지 않고 솟아나며, 나도 밖으로 나가 야생화 찾을 궁리만 하게 된다. 동네 어느 곳이든 꽃들이 나를 기다린 듯 줄지어 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 엄마라서 외출이 자유롭지도 않고, 멀리 가지 못하는 나에게는 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기도 하다.
수레국화 꽃잎은 겹겹이 섬세하다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중랑천에 야생화들도 매년 다른 야생초가 군락을 만들기 때문에 나의 호기심을 채워준다. 어떤 꽃이 피었는지 살펴보는 관찰자로도 즐겁지만, 지난해 보았던 꽃밭 풍경을 다시 재회하는 마음도 감격스럽다.
꽃을 쫒는 시선은 어디서든 발동한다. 여행지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다가도 풍경 속에 잠시 스쳐 지나는 야생화들이 내 눈에 먼저 띈다.
그리스를 가고 싶었는데, 유명 배우가 그곳을 여행 중이었다. 그리스 신전을 찾은 그보다, 내 시선은 배우가 서 있는 발 옆에 노란 야생화가 더 궁금했다. 민들레인지? 미나리아재비인지? 노란 야생화가 더 카메라에 잡히기를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가족들과 외출하고 돌아오는 차가 평소 다니지 않던 길을 달리고 있었다. 새로 공원이 만들어진 곳에 파란색 꽃이 피어있는 것이 보였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평소 다니지 않아서 공원이 있는 줄도 몰랐다.
다음날 날이 밝자 카메라를 챙기고 공원으로 향했다. 전날 내가 본 풍경은 청보라색 수레국화 꽃밭이었다. 아직 많은 꽃봉오리들이 있었고, 앞으로 더 만개할 꽃밭이었다.
수레국화 꽃밭에서 한참동안 나만 있었다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공원은 공터였다가 새로 만들어서 인지 사람들이 없었다. 주변에 집도 없고, 자동차들이 오가는 교차로 사이에 만들어진 곳이었다. 가끔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난 그곳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다. 항상 만나고 싶은 꽃밭 풍경이지만, 늘 가던 길에서는 볼 수 없었다. 여행도 그런 이유로 떠나는 것이 아닐까? 지구 위에 여전히 바이러스가 머물러 있다. 익숙한 공간에서는 볼 수 없던 낯선 풍경이 보고 싶다. 여행자로 떠나는 시간이 무척 그리운 날이다.
곧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으로 곧 이사를 간다. 십 년을 넘게 산 곳을 떠날 준비를 하며 섭섭하기도 했지만, 흘려버리지 못하고 속으로만 불쾌했던 기억들과 버리지 못한 불편한 관계들을 놓아 버리는 기회이기도 했다.
벗어나고 싶은 것은 모두 살던 곳에 놔두고 떠날 준비를 한다. 익숙함을 버리고, 낯선 공간으로 간다는 건 가보지 않은 길처럼 호기심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글쓰기엔 더할 나위 없는 은신처가 되어 줄 것이다. 새로운 동네에서 난 낯선 사람이 될 테니까.
모든 풍경이 새로울 것이고, 산책을 하다 모퉁이를 돌면, 처음 보는 꽃밭도 만날 것이다. 처음 떠나는 곳으로 여행을 가듯 설레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