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미래가 신경 쓰인다.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은 갑상선기능저하증 때문에 회사를그만두면서 더 심해진 듯하다. 휴직을 하고 1년 정도 지나니, 호르몬제로 몸이 평소처럼 충전이 되었다. 하지만 다시 직장이라는 곳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회사 퇴직금은 보상금인 듯 잠시 생활에 여유를 주었다.
하지만 얼마 후, 매달 입금되는 돈이 없다는 것이 끔찍해졌다. 그토록 잡고 싶었고 절대 버려서는 안 되는 그 월급 통장을 버린 것이 후회스러웠다.
더 무서운 것은 따로 있었다. 회사 명함이 없는 진정한 나로 살 수 있는가? 연봉으로 측정되었던 내 몸값을 이젠 무엇으로 가늠할 것인가?
몸만 나아지면 출근할 거라고 장담했지만, 결국은 퇴사했다. 무능해진 마음은 바쁜 육아 덕에 간신히 모른 척 지냈다. 숨 돌릴 시간이 없어서 다행이었고, 갑상선이 쉬라고 신호를 보내면 무조건 누웠다.
예전처럼 돌아갈 거란 기대는 엄마 노릇을 하다 보니 사라져 버렸다. 모든 일상은 내가 아닌 것들로 채워졌다. 그런데 우울한 감정은 나만의 것이었다.
아닌 척하려고 해도 갑상선 기능 이상 때문에 찾아오는 우울함은 견디기 어렵다.특히 겨울엔 몸이 더 차가워졌다. 가까운 가족인 남편도, 엄마도 무리하지 말라고는 하지만 아플 때마다 내색할 수 없다. 이 숨겨진 우울함 알아주는 사람은 딱 한 사람 내 주치의 다.
6개월 만에 병원을 찾았다.
"잘 지내셨어요?"의사가 말을 건넨다.
그동안나에게 찾아온 불면증과 우울감, 몸의 차가움을 말했다. 의사는 내 말에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약을 늘릴지 유지할지 상의했다.
그리고 의사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갑상선이 문제라는 건 저랑 만날 때만 떠올리세요. 아픈 갑상선은 제가 맡고 있을 테니 여기 두고 가세요. 그리고 평소처럼 지내세요. "
평소처럼 약 처방을 받았지만, 의사에게 특별한 주사를 맞은 듯 한동안 우울감은 나타나지 않았다.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하이힐을 신고, 정장 차림은 아니지만, 멋진 엄마가 되고 싶다. 이전에 삶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해보지 않은 일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글쓰기는 그런 이유로 결정된 것이다. 브런치 글쓰기가 나의 삶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 아직은 판단할 수 없다. 글을 쓴다는 것이 문학을 사랑하는 예술적인 창작의지 같은 것은 아니었다. 일기장처럼 자기만족으로 채워질 글이라도 노트에 써 내려가면 그럴싸했다. 가볍게 느끼는 감정들도 글로 쓰이면 대단히 계산된 묘사처럼 보였다.
쌓여가는 책과 채워지는 노트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아닐까? 의사가 내 병에 대한 불안감을 자신이 맡겠다고 했던 것처럼, 나의 글쓰기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보관해 두기 위해서였다.
나는 매일 출근하듯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하루 한 개의 글을 쓰며, 매일매일 가보지 않은 미래를 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