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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었니?
그리운 마음
by
무쌍
Feb 13. 2024
매일 배부르게 먹었다.
가족들은
설날 연휴
동안
거의 누워
지냈고 나도 덩달아 헐렁하게 살림을 했다. 평소에 하던 일은 모두 멈추었지만, 거르지 않고 한 일은
하
루 세 끼니를 배부르게 먹는 것이었다.
특별하게 먹고 싶은 메뉴가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모처럼 긴 연휴를 끼니를 거르지 않고 잘 챙겨 먹고 싶었다.
냉장실 냉동실, 실온에 두었던 양파와 고구마, 통조림과 라면까지 집 안에 남은 음식재료를 남김없이 쓰는 식단으로 식사 준비를 했다. 아침을 먹으면서 저녁 메뉴까지 머릿속엔 무슨 요리를 할지 정리되었다.
평소에 식사준비를 즐겁게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마치 미션을 수행하듯 진지하게 연휴 내내 잊지 않았다.
덕
분에 소스통도 소비기한을 넘긴 것도 발견하고 냉장고는 나날이 환해졌다.
작은 반찬통도 하나 둘 빈통으로 다시 수납장으로 들어가고, 밑반찬도 매 끼니마다 만들어 먹어야 했다. 설날 명절이면 냉장고 가득 넘쳐났던 선반이었는데, 그동안 가려졌던 안쪽 끝에 조명등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재료를 아낌없이 쓰면서 정성을 다해서 음식을 준비하는 손이 큰 할머니처럼, 흩어져 있는 자투리 재료들을 말끔하게 남김없이 음식의 맛을 내는 데 사용했다. 설날 명절
덕분에 식탐이 생긴 것 같기도 했지만 알 수 없는 허기짐은 마음에서
비롯되듯 했다.
밥은 먹었나?
하는 질문에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늘 자식에게 끼니를 거르지 말라고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 그리웠나 보다.
더는 나를 걱정해 주는 존재가 없다는 이유가 허기짐을 불러온 것이었다. 이젠 '밥은 먹었나?'소리가 지겨울 만도 한 나이지만 더 들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몸무게는 조금 늘었지만 냉장고 다이어트는 확실히 된 듯싶다.
그렇게 그리운 마음을 채우고 또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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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감정번역가/ 사연은 버리고 감정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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