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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쌍 Dec 26. 2024

친구에게 편지를 쓰던 사강과의 대화

프랑수아즈 사강

  '지금 이 예쁜 종이에 너에게 보낼 편지를
쓰고 있어'로 시작되는 사강의 서간집을 읽었다. 내게 보낸 편지뭉치를 한꺼번에 받고 나서  펼쳐든 것처럼 무슨 소식인지 궁금해서 단번에 폭풍처럼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아름다운 그녀는 편지글도 맵씨 있었다.


인생은 너무도 느리고
 희망은 너무도 난폭해


글을 쓰는 작가는 편지글도 작품이다. 일기장만큼 사적인
그녀의 편지글을 훔쳐보는 일은 무척 흥미로웠다. 경쾌한 걸음을 걸으며 수다를 떠는 그녀의 얼굴이 그대로 묘사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신이 났다가 짜증이 났다가 그녀의 편지는 솔직하고 즐겁다. 손글씨 대신 문자가 익숙한 지금인데, 사강의 손글씨가 쓰인 오래된 편지를 읽고 있자니, 오래전 향수를 느끼는 듯 옛날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여긴 모든 게 괜찮아, 거의 그렇다고 봐야겠지.
나는 요즘 열심히 글을 쓰고 있어.
내 장점에 어울리는 결과물이 나왔으면 좋겠어(호호)


나도 대답했다.

나는 요즘 열심히 글을 쓰고 있어.

뭐든 너보다는 못하겠지만 나름대로 결과물이 나오면 좋겠어.


귀여운 내 친구야
난 멋진 타자기를 마련했고, 이게 얼마나 잘 쳐지는지 네게 자랑하고 싶은 갈망을 숨길 수가 없어.


글이 잘 써진다니 그녀가 부러웠다. 하지만 곧 그녀의 속마음을 알아버렸다. 쉽게 글을 쓰는 작가도 없지만 쉬운  인생도 없으리라.


아아, 인생은 너무도 느리고 희망은 너무도 난폭해.
지겨워
지겨워. 너?
감히 말하지만, 우리가 서 있는 채로 늙어 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니? 넌 언제 돌아와?


그녀가 쓰고 내가 따라 읽었다. 그녀   자신에게 그리고 내게
'미래를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사강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는 자기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인지 모르겠다. 출판사에서 받은 거금은 그녀를 부자로 만들었고, 대단한 명성은 그녀를 우쭐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사강이었다.


스무 살의 친구에게 다정한 편지를 쓸 수 있는 그녀가 부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을 때도 많지만 뒤를 돌아보게 되는 때도 있기 때문이다. 청춘, 조금은 부족했던 시절이 그리운 날이다.


반가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찾으면 품에 달려들던 그 아이처럼 말이다. 내 차지가  되지 못한  인생이라고 믿고 살았던 날을 후회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려고 매일 갈고닦는다  보란 듯이  태어난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아직 다가기지 못했다고 느꼈지만 나는 믿는다.

모든 주파수가 나를 향한 걸 느껴야 했다. 누구와 비교해서 얻는 건 잠시동안 쾌감일 뿐 어떤 것도 없었다. 하지만 비판받고 미움받는 게 싫어서 조바심이 많이 났다.


 하루동안 부지런히 모으고 또 고단하다다가도 살아있음을 감사해진다. 모든 경험은 내 것이고 그건 실패가 아니다. 나를 사랑하기에도 바쁜데 누구와 비교를 할까. 아름다운 작가들이 남겨둔 문학작품을 읽다 보면 나는 그 주파수는 내게서 나온다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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