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장미공원에 갔었는데, 눈 위에 시들어버린 장미꽃만 200장 넘게 찍었다. 장갑을 끼고 사진을 찍는 게 불편해 장갑을 벗었더니 손등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시든 꽃이지만 꽃을 보니반가웠다. 사진을 찍느라 손이 얼어가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꽃을 찍다 보면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
"독서는 제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 수전 손택의 말이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꽃은 제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세상이에요. " 독서만큼 꽃을 만나는 시간이 소중하다. 마치 두 개의 태양을 갖고 있는 듯하다. 책을 보는 시간과 꽃을 보는 시간 모두가 생명을 주는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꽃을 보면서도 문득문득 하루 일과 중에 놓친 건 없는지 걱정이 된다. 자꾸 미래를 데려와 걱정하는 버릇이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별일 없이 홀가분하게 집을 나섰지만, 산책을 나선 이유를 찾고 있었다.단지 꽃을 보려고 나선 것뿐이었다. 그리고 이미 해야 할 일을 다해놓고 산책을 나섰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가 되고 나서 조바심을 떨치는 것이 더 어려워졌는지도 모르겠다.
중랑천 장미공원 시든장미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다시 돌아와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SNS에 꽃 사진과 나무 사진을 올렸다.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간단하고 단순하게 기분이 나아지다니, 얼마나 단순한가. 그리고 무엇을 할지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눈 앞에 또다른 '지금'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 일과가 잘 마무리된 것 같았지만, 눈앞 싱크대엔 아침부터 밀린 설거지가 반갑게 손짓하고 있다. 다시 엄마 모드로 돌아가야 한다. 냄비를 닦으면서 머릿속으로 쓰던 글을 다듬어야 하고, 접시를 닦으면서 소설 쓰기를 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