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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의 계절

황화코스모스

by 무쌍

삶을 되돌릴 수 없듯
꽃이 떠나는 것도 같았다
그 앞에서 잠깐 머뭇거렸지만

텅 빈 곁엔 바람만 맴돈다


나도 모르게 피어난 꽃처럼

어디서든 피어나는 이야기를

예상하지 못한 일이 없는지

두리번거리며 찾았다


방금 떠난 줄 알았던 여름 꽃

금계국이 한 송이 보이더니

닮은 듯 다른 황화코스모스가

꽃이 많은 마당 있는 집에 피었다


꽃의 표지판은 현명하고 확실하다

기회는 늘 다른 곳에서 기다리고

풍경 속으로 들어가기엔 비좁은 계절

다른 꽃은 한꺼번에 풍경을 그린다


산책로를 빈 둥 거리는 동안

입을 다물어야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코스모스가 내 보낸 바람은 어디까지

언제 끝나는지 모르겠어


산책의 계절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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