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살된 딸과 4개 대륙 20개국을 여행한 이상한부부 이야기
왜 아이와 여행하고,
왜 하필이면 아이와 여행한 이야기를 이렇게 연재하는 지에 관한 글 (2편)
2. 여행의 시작
그래서 여행을 시작한다. 이젠 어엿한 생후 3개월, 런던에 온지 2주일이 된 후부터, 우리 부부와 첫 째 딸은 영국 자동차 여행을 시작한다. 처음엔 당일치기를 시도한다. (물론, 갔다 와서 친구 부부에게 여행 루트를 애기했더니, “그건 말이 당일치기지, 남들이 하는 1박 2일 보다 더 빡 세다”고 했지만……)
어찌되었던, 첫 여행지는 런던 남단의 이스트본, 세븐 시스터즈와 브라이튼까지를 당일치기로 다녀왔고, 그 다음엔 서쪽의 바스와 스톤헨지를, 다음엔 친구 집이 있는 코츠월드를...이런 식으로 매 주말 우리는 런던 근교부터 여행을 다녀왔다. 또, 다음엔 1박 2일을. 그리고, 급기야 이런 여행을 한 지 2개월, 첫 째 딸이 만 5개월되었을 때, 우리는 유럽 내에서는 거의 최장 거리에 위치한 그리스로의 비행기 여행을 시도하게 된다.
이것이 이 책의 얘기 거리인 아이와 함께 한 해외여행의 시작이었다. (우선, 위에서 언급한 당일치기 및 1박 2일짜리 짧은, 그러나 내 친구들의 표현대로라면, 어른만 가도 빡세다는 여행 사진을 몇개를 아래에 붙여 본다)
이렇게 외국에 살며 여행을 다닌 지 2년 반이 지났고, 내가 한국에 다시 돌아 왔을 때, 마침 열 여섯 명으로 구성된 우리 팀에서 한 해에, 그것도 1월부터 4월, 단 3개월 사이에 4명 (쌍둥이 2명 포함)의 아이가 태어났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이, 그들은 나에게 물어왔다. 아이 몇 개월 때부터 집 밖에 데리고 나가셨어요? 카시트에 언제 처음으로 아이를 태우셨어요?
"집 밖으로? 너 지금 국어 표현에서 나오는 함축된 의미의 집 밖...그러니까, 뭔가 안식처가 아닌, 나가면 개고생이고, 너무 멀어 힘든 어떤 미지의 곳, 그러니까 런던처럼 먼 곳을 언제 나갔다는 뜻이냐?" 라고 나는 생각을 했으나, 그들이 표현한 집 밖은 진짜 자기들 집 밖이었다.
다들 와이프나 할머니들이, "아기 감기 걸린다, 아기 차에 태우고 가다 만약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니" 등의 이유로 생후 3개월이 넘었는데도 병원 이외에는 나간 적이 없으며, 가까운 공원이나 1박 2일여행도 안 가봤다는 것이다. 6개월이 훨씬 지났는 데도, 속초나 제주도처럼 차를 타고 멀리 가거나 비행기를 타야하는 곳은 못 간다고 한다. 속초는 너무 차에 오래 있어서 아기가 힘들고, 비행기를 타면 기압 차이로 귀가 멍멍해 지는데, 아이가 병에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기압 차이가 있겠지...그런데, 내 생각에는 “아기가 기압차로 귀에 병에 걸리기보다는 너무 심심해서 병에 걸릴 거 같은데”라고 말해 주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그들을 쪼다라고 무시하거나 새가슴이라고 비난하는 건 절대 아니다. 나 역시도 무언가 개기가 없었다면, 그랬을 수도 있었다라고 생각하니까.
다만, 정말 내가말하고 싶은 것은, 아이가 안타깝게도 정말 몸이 약하지 않는 이상, 가장 예쁜 나이인 이 때에 같이 외출을 하고, 여행을 하며 추억을 쌓는 게 얼마나 좋은 것인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을 지라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행복을 알기에 간난아이 때부터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하며, 가족의 추억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이런 좋은 것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돌아와보니, 회사 외에도 마침 주변에 많은 친구, 후배들이 아이를 낳았고, 나역시 둘 째 아이가 태어났다. 나는 요즘도 그들과 만나면, 나의 유쾌한 여행담을 공유하고 있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또 우리 둘째를 포함한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우리 둘 째 역시 일본, 홍콩, 마카오 등의 단거리 해외 여행은 비행기 표가 공짜인 것을 십분 활용하여, 12개월 때부터 같이 여행을 시작했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잠깐...혹자는 돈은 어디서 구하냐고 묻는다. 맞다. 내가 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고심하는 부분도 그 것이다. 따로 설명을 하겠으나, 결론을 간단히 말하면, 나는 비행기표를 아주 싸게 구하려고 노력하며 (일 예로, 올해 5월, 그것도 Golden week를 포함한 일정으로 일본을 갔는데, 우리 4가족 비행기표는 총 62만원이었다), 동시에 숙소 역시 아주 싼 곳으로 다닌다. 정말 다행히, 내 와이프가 숙소나 식사에 대해 별 불만이 없기에 나는 숙소에 돈을 쓰지 않는다. 조금은 특수한 예지만, 내가 만 1살된 첫 째 딸과 이집트 룩소르에 갔을 때, 우리 세가족은 Hotel 또는 Inn도 아닌, 게스트 하우스에 묶었고, 그 때 숙박비는 인당 $8로 총 $24, 한국돈으로 약 3만원이었다. 물론, 방에 모래도 많았고, 청소도 묶는 동안 안해줬지만, 그 곳에서 우리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좋은 추억을 쌓았다. 그렇다. 이렇게 아껴 가더라도 나 역시 경제적인 압박이 있고, 돈 뿐만 아니라, 시간이나 다른 요소도 분명 현실적으로 여행의 걸림돌이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이러한 걸림돌을 최소한으로 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하고, 그 댓가로 그 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갖는 가족과의 추억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새로이 깨달은 것도 있다...아, 내가 우리 첫 째 딸을 정말 개고생 시켰구나 라는 것이다. 그래서, 뒤늦게 나마 건강하게 자라준 우리 아이들을 위한 선물로, 그리고 앞서 말한 대로 내 주변의 많은 부모들처럼, 아이를 데리고 여행가기를 두려워하는 모든 부모들에게 용기와 정보를 주기 위해 이 글을 쓴다.
[ 생후 100일 기념 : 런던 남부 이스트본, 세븐 시스터즈, and 브라이튼 당일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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