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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SMUSS Jul 10. 2017

프롤로그 1] 왜 우리는 아이들과 여행을 잘 못가는가?

1살된 딸과 4개 대륙 20개국을 여행한 이상한부부 이야기

왜 아이와 여행하고,
왜 하필이면 아이와 여행한 이야기를 이렇게 연재하는 지에 관한 글. 

2년 여의 영국 생활과 약 1년의 미국 생활을 통해, 그곳 사람들이 우리와 너무나도 비슷하다고 생각한 점도 많았고, 반대로 어쩌면 같은 인간이 이렇게 다른 사고방식으로 삶을 살까하고 느낀 적도 많았다.

아마도, 가장 다르다고 느낀 부분 중 하나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나는 첫 아이가 2달 되었을 때, 런던으로 왔기에 영국에서는 아이를 낳아보진 않았다. 하지만, 바로 옆에 사는 한국 친구가 영국 NHS (National Health Service)를 통해 아이를 낳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영국 사람들의 출산에 대해 많이 듣곤 했다. 영국 여자들은 너무 힘들고, 땀도 많이 흘렸으니 아이를 낳고 나면 바로 시원하게 찬물 샤워를 하고 병원을 나와, 집으로 대중교통을 타고 간다, 그리고는 집에 가서 남편과 기쁨의 맥주를 마신다...는 등의 얘기 말이다.  


물론, 영국인이라고 해서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큰 차이를 이러한 단편적 예로 들 수 있다는 말이다. 


직장인으로서, 우리 팀이나 주변 부서에 아이를 가진 부모가 많다. 그런데, 내 주변의 그 부모들은 자식이 무려 6개월, 돌이 지났음에도 행여나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멀리 여행가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일산에 사는 한 후배는 아이가 거의 6개월 될 때까지 병원에 예방접종을 맞는 것을 제외하면, 바로 앞 호수공원도 와이프가 못 나가게 한다고 한다. 하물며, 아이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가는 해외여행이라면? 그리고, 그것도 일본이나, 세부 혹은 홍콩 같은 동남아 단거리도 아니고, 유럽이나 미국, 혹은 좀 더 먼 아프리카 같은 곳이라면? 


사람들의 답은 뻔하다. 너 미쳤구나...애 죽일 일 있냐?

이 쯤해서 한번, 결혼과 아이가 생김에 따른 삶의 변화, 여행과 같은 취미 생활의 변화를 생각해 보자.


결혼을 앞 둔, 혹은 막 결혼을 한 부부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아마, “아기는 언제쯤 가질 계획이야?”일 것이다. 양가 부모님들이야, 집안의 대를 이어갈 손자 손녀가 기다려지기 때문이겠지만, 사실 주변의 친구들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아이가 있고 없음에 따라, 부부의 인생 계획이 많이 바뀌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나 큰 집을, 어느 동네에 잡을 지부터, 결혼 전까지 맞벌이였던 부부의 향후 직장 생활, 그리고 결혼 전에 같이 영유했던 취미 생활, 그 중 하나일 수 있는 여행에 대한 결혼 후 계획이 그 놈의 아이의 탄생으로 인해 180도 바뀌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맞다. 우리 부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 향후 여행 계획에 대해서 난 엄청나게 고민이 많았다. 여행을 너무나도 좋아했던, 결혼해서도 더 많은 곳을 여행하고 싶었던 나에게 있어서, 아이란 무언가 나의 인생 계획을 막는 커다란 벽과 같은 존재로 느껴진 게 사실이다. 그래서 실제, 우리 부부는 결심을 한다. 아이는 결혼 후 5년 쯤 지난 후에 갖고, 그때까지는 미치도록 놀고, 하고 싶은 거 다해보고, 가고 싶은 데 다 여행 가보자고. 사실, 여행 만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앞서 말한 직장 문제나, 무엇보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에 노는 게 남는 거라는 개똥 철학에 대해서는 우리 부부가 (극히 드물게도) 의견 일치를 봤기 때문이다. 특히, 여행을 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들인 돈, 시간, 건강 중에서, 우리는 돈보다는 시간을, 시간보다는 건강을 우선 시 했고, 그 중 건강한 몸과 마음은 여행에서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돌아 볼 수 있고, 한 살이라도 젊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이 때까지만 해도 우리 부부 역시 아이를 낳고, 그 어린 아이와 같이 여행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안 했다.


왜 일까?  우리 부모님들이 이렇게 안 해서일까? 

왜 아이가 나오면,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해야만 하는 걸까?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아이와 함께 할수는 없는 것일까? 


이렇게, 어쩌면 당연히 먼저 고민했어야 할 것들은 하지 않고, 그저 아이를 늦게 낳자는 단편적 대안을 만든 지 9년...우리의 첫 째 아이가 세상에 나온다.



1. 여기는 런던


난 첫 째 딸이 나오고 약 열 흘쯤 후에, 회사 일로 거처를 영국 런던으로 옮기게 된다. 2년 반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화가인 와이프와 나는 일단 아이를 될 수 있으면 빨리 런던으로 데리고 와서 같이 살자는 데에는 동의를 했다. 비자 문제로 인해 무려 한 달 정도가 지체 되었지만, 우리 첫 딸은 생후 2달이 좀 지난 8월의 어느 날, 생후 2주 되던 날 만든 못생긴 사진이 박힌 여권을 들고서, 12시간 비행을 성공리에 마치고 런던에 입성했다.  

 

심지어 귀도 안나옴...생후 5일 때 찍은 사진


영국은 우리나라와 많은 것이 다르다. 섬나라인데다가, 자동차 운전석이 우리나라와 반대편에 있다는 것처럼, 물리적으로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삶을 이어온 방식과 그에 따라 생각하는 것 자체에 큰 차이가 있음을 나는 금새 느낄 수 있었다. 그 중, 출산과 양육에 관련된 차이는 런던 와서 처음 사귄 동네 한국인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쉽게 알 수있었다. 그 들은 용감하게도 영국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우리 부부가 100일도 한참 안된 아이를 한국에서 데리고 오자, 우리가 참 영국스럽다며, 런던 생활 적응은 쉬울 것이라 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아이 낳을 때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 줬다.  


우선, 선진국 영국이라는 이미지와 다르게, 여기는 아직도 산파가 출산에서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정말이지, 아이는 커녕 자신의 삶을 붙들고 있기도 힘겨워 보이는 꼬부랑 할머니가 그 부부의 산파였는데, 그 할머니는 배만 잠시 만져보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조만간은 안 나오니까 걱정마. 한참 남았어”라는 말로, 아이가 나오는 그 날까지 그들 부부를 걱정으로 벌벌 떨게했다고 한다. 참고로, 영국은 NHS (National Health Service)라는, 우리로치면 작은 동네 병원에서 모든 진료를 공짜로 받을 수 있지만, 그 덕분에 우리가 원하는 시점에 치료를 못 받는 경우도 있고, 워낙 자연주의를 좋아해서, 우리처럼 한 달이 멀다하고 임산부에게 초음파 검사를 하지도 않는다. 보통, 아이에게 정말 큰 문제가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아이 낳을 때까지 단 한번만 초음파 검사를 한다고 하는데,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병원들은 그 비싼 초음파 검사를 일주일에 한번씩 거의 아이 낳을 때까지 하는 걸 보면, 돈 벌기 위해 지랄을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아마 배 속의 아이도 초음파로 인해 엄청 스트레스 받을 것이고...


다시 돌아와서, 그부부는 마치 점쟁이와 같은 그 산파 할머니의 예상 날짜에 맞춰 아이를 무사히 낳았다. 그리고, 그 할머니는 아주 친절하게도, “아이 낳느라고 땀도 많이 흘리고 꿉꿉할 테니, 빨리 가서 찬물로 샤워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싸대기 맞을 만한 조언을 남기었고, 그 다음 날에는 손수 집으로 찾아와 아이 축하 선물이라며 같이 와인이라도 하자고 하셨단다. 와인이 싫으면 넌 맥주를 마셔도 된다며 (물론, 영국에서도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들을 대상으로, 와인을 포함한 음주을 통한 아이의 심각한 피해에 대해 엄청 홍보 및 교육을 한다).

동시에, 우리나라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동물 무게 젤 때 쓰는 시계추가 달린 저울을 손수 낑낑 힘들게 가지고 와서, 포대기에 아이를 밀어 넣고 몸무게를 친절히 재 주셨다고 한다. 이게 영국이라니...이게 내가 알던 그 런던이라니...


그렇다. 여기서는 아이를 낳은 여자들도 찬물로 샤워를 하고, 심지어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 대중교통을 타고 귀가하기도 하고, 귀가해서는 축하의 의미로 시원한 맥주를 한잔 하기도 한다. 이런 영국의 방식이 좋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물론, 한국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지도 않고. 왜냐하면, 이들은 타고난 체질이 우리와 다르며, 먹는 음식도 아주 많이 다르고, 그런 곳에서 20년 이상을 살아 왔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방식을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먼 곳을 갈 때는 유모차라도 이용하지만, 여기는 생후 얼마 되지도 않은 아이를 그냥 포대기 같은 데에 대강 싸서 동네 곳곳을 데리고 다닌다. (물론, 아이 체질도 태어나면서부터 다르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가끔 보면, 남자들은 그 조그마한 아이를 옆구리에 꽉 끼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그러다가 놀이터가 나오면, 개똥과 다듬어지지 않은 수풀이 있는 그 곳에 애를 던져 놓고, 그 더러워 보이는 모래 바닥위를 남이 데리고 온 개와 함께 개처럼 기어 다니게 놔둔다. 동네 놀이터뿐 만 아니라, 조금 떨어진 공원이나, 우리로 치면 서울에서 강화도 정도의 거리에있는 휴양지에는 정말 신생아실처럼 많은 애기들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은 그 이유로 "이렇게 해야만 아토피 같은 피부병도 안 걸리게 강해지고, 비도 좀 맞고 해서 감기도 가끔 걸려줘야 항체도 생기고 하여 아이들이 건강하게 큰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곳 사람들은 아이들이 전혀 여행이나 외부 활동에 장애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어릴 때부터 좋은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한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나의 생각과 행동을 바뀌게 한큰 이유로 다가 왔다. 특히, 우리 다후는 그 어린 나이에 12시간 비행도 문제없이 한 아이 아닌가? 그리고, 너무나도 기특하게, 한국 분유를 구하기 힘든 이곳에서, 무려 두 달이나 먹어 익숙해진 한국 분유를 대신하여, 맛이 없기로 유명한 이곳 분유를 바로 폭풍 흡입한 아이 아닌가? 이런 아이를 우리가 너무 지레 걱정한 것은 아닐까? 아이도 집에만 있으면 답답할 텐데...(사실, 생후 2달이 뭐 그리 심심하진 않았겠지?)


런던에 이미 적응한 다후...생후 80일 됐으니, 여행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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