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보다가 4:44을 보면서
내 나이 마흔 네살.
"애가 몇이에요?"
"결혼 안 했는데요."
"어머, 그렇구나. 혼자 지내면 좋겠다. 난 혼자 사는 사람이 제일 부럽더라."
질문하는 사람은 당연히 내가 결혼한 줄 알고, 애도 있는 줄 안다. 마지막에 '혼자 사는 사람은 좋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진짜 부러운 것인지 미안해서 하는 말인지 알 길은 없다. 내심 결혼한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인지. 비뚤어지게 말하면 그래서 결혼 못한다는 소리 들을 까봐 그냥 웃는다. 성격까지 모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
서른 살 즈음에 마흔 살을 상상하지 못했다. 아니, 막연하게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지금보다는 더 인정받을 것이고, 월급도 오르고, 집도 장만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노래 장단처럼 중상류층의 이미지화된 모습을 꿈꾸었다.
그러나 난 어느것도 이룬 것이 없다. 백수생활을 한지 1년이 넘었다. 20년동안 했던 일을 벗어나고 싶었다.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것이 재밌었다. 그뿐이었다. 나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이고 낯설었다. 20대의 초보와는 다른 초보이다. 그들보다 삶의 경험치가 있기 때문에 눈치, 코치가 필요하다. 20대의 서툰 과정은 당연하다. 그러나 내 나이의 서툰 과정은 빨리 단축시켜야 한다.
핸드폰을 문듯 보다가 4:44인 순간이 자주 있다. 그런 것이 오래됐다. 볼 때마다 찌릿한 기분이 든다. 444억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그러면서 마흔 네살에 444억이 통장에 찍혀있는 상상을 자주 했었다. 그 생각이 참 귀엽다.
지금 444억은 당연히 없다. 4억이라도. 좀 떼어준다면. 막연하게 희망하지만 못 만들면 그릴 수라도 있다. 그러나 내 나이 마흔 네살은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444억은 만들수 있고? 예전에는 나도 그렇게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는데, 지금은 말 못하겠다. 오랫동안 상상했던 마흔 네살, 444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