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화나면 어떻게 하십니까
모든 감정을 모두 밖으로 드러낼 수는 없지만 올라오는 감정을 가두기만 하면 잠재적 폭발물이 된다.
사람 간 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 나는 그 때문인지 사람을 알아가고 가까워지는 것에 시간이 좀 걸린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 이렇다 보니 한 번 만나고 말 사람들에 대한 공을 덜 들이는 편이긴 하다.
그에 반해 가까운 사람에게는 한없이 사적이다. 그럼에도 아프고 화난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아프고 화난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는 이유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 일수도, 책임감, 자존심일 수도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수치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의 뿌리는 아마도 어릴 적부터 인 것 같다.
물론 아프고 화난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은 좋은 부분도 많다. 다듬어진 사회인으로 매끄럽고 세련되게 지낼 수 있고, 덕분에 좋은 평도 많이 듣는다.
‘어떤 감정도 나쁜 것은 없고 건강한 방법으로만 표현하면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엄마이자 교사인 나는 가르치며 스스로도 바뀌어 간다.
요즘 나는 아프고 화난 감정이 올라오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스려 본다.
먼저 멈추고 쉰다.
예전엔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를 쓰거나 상황을 직면하지 않았다.
이제는 아프고 화난 나를 쉬게 해주려고 한다.
남편과 아들에게 나의 상태를 설명하고 나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쉬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드라마 보며 울기도 한다. 일정을 취소하고 나에게 집중한다.
그리고 걷는다.
원래 걷는 걸 좋아했지만 몸이 아플 때 땀 흘리며 두 시간 걷고 눈이 밝아진 경험을 한 나는 마음이 아플 때도 걷는 것을 택한다.
피곤하고 아플 때, 몸과 마음이 힘들 때 더 걷는다.
뭐 특별한 걸 하지 않지만 다리가 뻐근해서 잠도 잘 온다.
최근에 추가한 방법 하나는 있었던 일과 감정을 남편에게 모두 이야기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달려드는 남편에게 말하기 전에 듣기만 할 것을 약속받는다.
그리고 다 이야기한다. 말하면서 감정과 해야 할 일이 정리된다.
(남편이 어떠한 평가도 하지 않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어려운 사안이다.)
그리고 역시나 영상이나 책으로 심기일전한다.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는 지금의 현실에 함몰되지 않게 도와준다.
어려울 때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기쁘고 즐거울 땐 알 수 없는 나의 모습.
복잡한 감정 덕에 오늘도 고군분투하지만 조금씩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