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수고했다, 응원한다
핑계같이 들리겠지만 일상이 미친 듯이 바빠 브런치를 방치했다. 그것도 어언 6개월. 2025년을 시작하며 가장 많이 마음을 쏟은 것은 바로 브런치였다. 작가 신청 수락 메일을 받았을 땐 너무 기뻐 스크린샷을 남겨 저장까지 해두었다. 고르고 또 골라 연재를 하고, 개업을 하는 마음으로 매거진 메뉴를 짰다.
바쁨이 몰려온 여름 앞에 ’나중‘을 약속하며 ’잠깐만 기다려, 나 금방 올게‘ 했던 브런치. 여름도 다 보내고 이제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서 브런치 지붕에 쌓인 먼지를 다시 털어 본다.
글쓰기 없이 못 사는 내가 잠시 안녕을 결심한 건 ‘먹고살 길’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유해한 배우자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경제적 자립’을 준비할 시기가 되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은 기회가 보이면 냅다 잡았다. 작은 인연이 만들어졌고, 소소한 수입원이 생겼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온마음을 쏟았다. 당연히 품이 들고 시간이 들어갔다.
기회가 닿는 대로 새로운 지식과 기술도 배웠다. 하나씩 배우는 즐거움, 그리고 그렇게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무언가를 시작할 생각에 힘은 들어도 마음만은 신이 났다. 자격증과 수료증을 손에 거머쥐고 이제 시작하는 일만 남았구나 했다. 그런데 어쩜, 나보다 이미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조명 같은 그들의 전문성과 독창성 앞에 서자, 나의 배움과 다짐, 그리고 노력하려는 결심은 희미하고 하찮기 짝이 없는 하나의 성냥개비 같았다.
점점 자신이 없어지려는 찰나, 잊고 있던 귀중한 삶의 원리를 다시금 떠올렸다. ‘비교는 나쁜 거예요’ 같은 유치원 선생님의 (선한) 말이 아니다: 비교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인 우리는 비교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원리였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해야 한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는 것만이 바람직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과거의 나에 비해 제법 많은 성장과 성숙을 이루어낸 현재의 나에게 마땅한 비교를 선사하지 못했다. 잘하고 싶고 나아지고 싶어서, 이미 잘해왔고 몰라보게 나아진 나를 내가 가장 먼저 외면한 것이다.
열렬히 비교하며 나를 알아봐 주지 못한 대가는 컸다. 내일의 나를 위해 여전히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가는 오늘의 내가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기름은 넣어주지 않고 더 멀리 가자 재촉하는 운전자를 감당할 재간이 있는 차가 어디 있을까. 차도 그럴진대 사람인 나는 오죽할까.
그래서 오늘은 열렬하게 비교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2025년 1월의 나와 2025년 10월의 나를. 그리고 유해한 배우자의 정체를 처음 깨달았던 3년 전의 나와 3년이 지난 후 오늘의 나를.
그러자 글을 쓸 힘이 생겼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충전되는 걸 느꼈다. 가득 채워진 프리미엄 비교 휘발유가 가득한 탱크를 끌고 브런치로 달려왔다
고마워, 수고했어, 응원할게.
네가 이렇게나 힘차게 뻗어나갈 줄은
나도 미처 몰랐어.
정말 대단해.
#겨자풀식탁이야기
#기록중독자의일상기록
#비교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