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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스트잇 MUST IT Mar 23. 2018

All about this Designer

패션계를 뒤흔든 뎀나 즈바살리아



몇 년 사이에 거리를 나서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괴상망측해졌다. 소매는 손을 넘어서 무릎까지 내려오고, 자켓은 이상할 만큼 거대해서 어깨에 걸치고 다녔다. (입는다보다는 걸친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또한 할아버지 옷장에서나 볼 법한 체크 자켓과 코트를 입고서 당당하게 돌아다녔으며, 신발은 큰 데다가 정말 못생기기까지 했다. 


상상만 해도 최악일 것 같은 패션 아이템을 사람들은 멋지다며 입고 다녔다.



옷을 잘못 만든것 같이 긴 소매와 큰 자켓




더 이상한 일도 있었다.


DHL 택배 직원과 IKEA 직원들이 패션위크를 지나가는데 포토그래퍼들이 너도나도 찍겠다며 몰린다. 상식적으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2017년, 1년 안에 벌어졌다.



DHL 택배 직원과 IKEA 직원들이 사진 찍히는 이상한 현상




그들은 왜 최악을 최고로 여기고, DHL 과 IKEA 직원들은 카메라 세례를 받았을까?


그 이유는 VETEMENTS(베트멍)의 수장이자 BALENCIAGA(발렌시아가)의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뎀나 즈바살리아’에게 있었다.




뎀나 즈바살리아(Demna Gvasalia) - 패션계의 중심이 되다




앞서 말한 괴상망측한 스타일은 전부 ‘뎀나 즈바살리아’ 한 사람의 머리속에서 탄생하였다. 이해할 수 없는 스타일들이 그의 브랜드인 VETEMENTS 과 BALENCIAGA의 컬렉션에서 보이면서, 새로운 유행을 가져왔다. 그는 1년 만에 패션계의 트렌드 뒤엎었다. 



VETEMENTS과 BALENCIAGA의 수장 뎀나 즈바살리아



‘뎀나 즈바살리아’는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 예술 학교 출신으로 09년도부터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에서 4년간 시니어 디자이너로 근무하였고, 그 이후 약 2년 동안 루이비통에서 시니어 디자이너로서 근무했었다. 


시니어 디자이너로 약 6년 동안 일했던 것을 바탕으로 지금의 VETEMENTS을 탄생시켰고, VETEMENTS의 수장이 된지 불과 3년 만에 ‘BALENCIAGA’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다.



약 10년 만에 BALENCIAGA의 CD가 된 그의 디자인 철학은 독특하다. 

패션 세계의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난 재미있는 요소를 더하는 실험을 많이 하였고, 그 결과로 청바지를 전부 해체하여 지퍼로 다시 이어 붙이거나, 소매를 길게 늘어트리는 디자인들을 탄생시켰다. 



또한 여느 패션쇼들과 달리 일반인을 모델로 사용하며, 예술이 아닌 현실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입고 싶어 하는 옷을 만들었다. 기존 흐름과 다른 방향을 택한 그의 디자인은 패션계를 강타하여 새로운 흐름을 몰고 왔으며, 그 중심에는 VETEMENTS 과 BALENCIAGA가 있다.



VETEMENTS과 BALENCIAGA




VETEMENTS(베트멍) - 뎀나 즈바살리아를 세상에 알리다



뎀나 즈바살리아는 14년도에 루이비통에서 나온 후, 마르지엘라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 디자이너들과 함께 옷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자선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업 수완이 있었던 동생 ‘구람 즈바살리아(현 VETEMENTS CEO)’가 자선사업을 본격적인 사업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하였고, 이것이 VETEMENTS의 시초가 되었다.



그는 14년 FW에 처음으로 VETEMENTS 프리젠테이션을 시작으로, 15SS에는 패션위크에서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는 첫 컬렉션부터 실험적이지만 실생활에서 당장에 입을 수 있는 소재와 디자인을 활용하여 그의 디자인 철학을 확고히 보여주었다. 특히나 손을 덮어버리는 긴 소매와 오버사이즈는 첫 컬렉션부터 사용한 디자인으로, VETEMENTS의 상징이 되었다.




(좌) 14FW 컬렉션과 (우)15SS 컬렉션


그가 VETEMENTS에서 보여주는 디자인은 항상 독특했다. 단추가 엇물려 맞춰지거나, 슈퍼 오버사이즈였다. 또는 청바지를 다 분해하여 지퍼로 다시 연결시키거나, 하이힐에 양말을 씌웠다.






그런데 이런 오튀쿠튀르에서나 볼 법한 디자인을,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열광했다. 오히려 추종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수 도 있다. 매 해 컬렉션마다 독특한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였고, 길거리에는 전부 VETEMENTS과 비슷한 스타일의 옷들로 넘쳐났다.


뎀나 즈바살리아는 VETEMENTS에서 꽤나 충격적인 도전을 많이 했었다. 대표적으로 기존에 런웨이 컬렉션 쇼를 거부하고 레스토랑 교회와 같은 이색적인 장소에서 패션쇼를 열었고, 워킹조차 할 줄 모르는 일반인을 VETEMENTS 쇼에 내세웠다.



교회에서 열었던 컬렉션과 일반인 모델




또한 한 컬렉션에 18개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며 모든 브랜드에 베트멍을 끼워 넣었고, DHL 택배 로고를 그대로 오마주 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콧대 높던 럭셔리 브랜드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었고, ‘고정관념을 깨고 실용적인 것을 만들고 싶은’ 뎀나 즈바살리아의 VETEMENTS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VETEMENTS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색적인 도전을 했었다. VETEMENTS 가품을 동대문에서 구입 후에 리폼을 하여 FAKE COLLETION을 진행했었는데, 가품을 너무 많이 팔고 사는 우리나라를 풍자하기 위해서 컬렉션을 진행했다고 밝혔었다. 졸지에 우리나라는 가품 최다 생산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겼다.(FAKE COLLETION마저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3~4시간씩 기다려서 구입했다.)



국내에서 열렸던 FAKE COLLECTION




VETEMENTS을 만든지 2년만에 뎀나 바질리아 자체가 유행이 되어버렸고, 이것은 단지 서막에 불과했다.




BALENCIAGA(발렌시아가)– 뎀나 즈바살리아의 끝을 모르는 상승



뎀나 즈바살리아는 VETEMENTS을 고작 2년 만에, VETEMENTS을 유행의 중심에 올라서게 하였다. 그로부터 1년 뒤에 알렉산더 왕의 뒤를 이은 발렌시아가 CD로 발탁되며, BALENCIAGA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알렉산더 왕이 맡고 있던 BALENCIAGA의 여성복은 여성성이 강한 력셔리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남성복은 스트릿웨어적 요소가 강했다. 그러나 뎀나 즈바살리아는 BALENCIAGA가 가지고 있던 이런 이미지를 파괴하고 좀 더 중성적인 스타일을 선보였고, VETEMENTS에서 보여주던 실험적이지만 웨어러블 한 옷을 만든다는 철학을 그대로 가져왔다. 


뎀나 즈바살리아가 만드는 BALENCIAGA는 VETEMENTS의 상징적인 디자인인 오버사이즈를 적용시킴과 동시에 확연한 두 가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좌) 알렉산더왕의 BALENCIAGA와 (우) 뎀나 즈바살리아의 BALENCIAGA



첫째, VETEMENT에서 보여주었던 오튀쿠튀르적 요소



뎀나 즈바살리아는 BALENCIAGA에서도 오튀쿠튀르적 요소를 많이 보여주었으나, 절대 과하지 않았다. 쇼핑백 디자인의 토트백, 스타킹처럼 생긴 싸이하이 부츠 등을 선보이면서 과할 것 같지만 리얼웨이룩에 바로 활용이 가능한 제품들을 만들었다.



또한 뎀나 즈바살리아는 BALENCIAGA에서도 오마쥬 성격을 띈 제품을 디자인하였는데, 한때 화제가 되었던 ‘IKEA 쇼핑백’이 바로 그것이다. ‘IKEA 쇼핑백’과 같은 색상과 디자인으로 이슈몰이를 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수많은 IKEA 모티브 제품을 탄생시켰다.





오튀쿠튀르적 요소가 들어간 BALENCIAGA의 역작을 꼽자면 17년 하반기 패션의 중심이었던 ‘트리플 S’이다. 스니커즈의 오버솔이 거대하여 정 사이즈를 신어도 왕발을 만들어준다. 수많은 패치워크들이 덕지덕지 달라붙어있는데, 오염되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냥 못생겼다. 그러나 이 못생긴 신발 ‘트리플 S’는 불티나게 팔리었고, 뎀나 즈바살리아의 철학이 또 한번 통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못생긴 신발’ 트렌드를 만들어내어 잘 나가는 명품 브랜드들이 죄다 못생긴 신발을 만들어내는 현상까지 만들었다. 대단하다는 말 이외에 할 말이 없다. 



오래보아야 이쁘다는 말이 적절하다




둘째, 로고 플레이



뎀나 즈바살리아는 BALENCIAGA에서 유난히 로고를 활용한 디자인을 많이 하였다.


뎀나 즈바살리아는 자신이 맡은 16FW 부터 지금까지 BALENCIAGA 고유의 로고를 제품 곳곳에 크게 활용하였다. 무스탕, 패딩, 가방, 머플러 등의 다양한 제품에 로고를 크게 넣어서 디자인하였고, 심지어 여성 펌프스 힐에도 새겨 넣었다.  


17FW에 와서는 미국 정당의 로고를 그대로 오마주한 BALENCIAGA 웨이브 로고를 디자인하여 제품 곳곳에 새겨 넣었다. BALENCIAGA 이전에 트렌드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로고를 크게 넣으면 시대에 뒤처진 패션이라고 비판이 끊이질 않았었다. 


그러나 뎀나 즈바살리아가 빅 로고를 활용한 이후로는, 빅 로고가 다시 트렌드가 되어버렸다.






이제 뎀나 즈바살리아 자체가 유행이고 트렌드이다.


패션은 디자이너 한 명으로 인하여 역사가 뒤바꾼다. 현재는 뎀나 즈바살리아 이전과 이후로 패션이 나뉜다. 긴 소매, 언발란스, 오버사이즈, 못생긴 신발 등의 수많은 유행을 탄생시켰고 빅 로고와 같이 비판받던 디자인을 유행으로 바꾸었다. 앞으로 어떤 유행을 탄생시키고, 어떤 브랜드를 새롭게 만들지 더욱 기대가 된다.






끝으로 뎀나 즈바살리아를 생각하면 영화 ‘더킹’에서 정우성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내가 역사야! 역사적으로 흘러가듯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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