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통계학을 전공해서 데이터 사이언스, 데이터 분석 쪽 직무로 5년간 일하면서 진급도 제 때 했고, 처우도 나름 만족스러웠지만 그럼에도 퇴사를 했던 이유는,
1)이 회사에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뭔가를 만들고 의미 있는 일을 한다기보다는 보고 장표용 숫자 끼워 맞추기 놀음이 너무 많아졌고 1년 뒤, 5년 뒤에도 이런 일을 하고 있을 생각을 하니 너무 숨이 막혔슴다. 여기서 시간이 지나면 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2) 회사를 다니며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됐습니다.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어떤 타입의 일을 좋아하는지, 관심 주제는 뭔지 등등. 확실한 건 나는 경쟁적인 회사생활과는 잘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3)"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책임질 가정이 없는 지금이야말로 나 스스로에게 갭이어를 주고 하고 싶었던 일에 한 번쯤 도전해 봐도 좋은 시기라 생각했습니다.
4)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회사라는 온실 속이 아닌, 차가운 세상 속에서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뭔가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고 성과를 내서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쌓아가고 싶었습니다.(나도 인스타그램에 링크트리로 내 포트폴리오 좌락!! 자랑하고 싶었다.)
5) 인생무상을 많이 느꼈습니다.
주변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 사고들을 보면서 인생이 참 덧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누구나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걸 실감하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었습니다.
혼자서 앱을 꾸준히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저는 MBTI가 INFJ인데, 검사를 해보면 N이 99% 정도로 높게 나오는데, 그러다 보니 일상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망상도 많이 하고, '아 이런 거 있으면 좋겠다' 싶은 순간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꾸준히 만들어서 세상에 선보이는 일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회사를 다니며 망가졌던 육체, 정신 건강 회복에도 힘쓸 예정이에요. 취미로 했던 러닝도 재개해서 해외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해보고 싶고, 읽고 싶었던 책들도 원 없이 읽을 겁니다. 집밥 잘해먹는 건 덤!
처음 퇴사할 때는 당차게 뒤도 없이 퇴사했고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퇴사 N개월 차에 접어든 지금은 조급한 마음이 들거나 불안한 감정들과 싸우는 나날들도 많습니다.
앱을 만들면서 기획/개발/디자인/홍보까지 모든 걸 혼자서 하고 있는데, 하나하나 신경 쓰고 진척이 잘 안 될 때는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고,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이 없다 보니 경제적으로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혹시나 하던 일이 잘 안 돼서 나중에 다시 회사로 돌아갈 때, 다녔던 회사보다 더 좋은 곳을 갈 자신도 없습니다. 가족이나 지인들 중에는 뒤도 없이 퇴사한 나를 보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합니다 ㅎㅎ;
그럼에도,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세상에 내 작은 발자취들을 남기고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쌓아갈 때마다 '아 퇴사 정말 잘했다' 하는 순간들이 아직은 더 많습니다!!
앞으로 브런치를 통해 퇴사 후 느꼈던 솔직한 감정들에 대해 더 자세히 풀어보고, 1인 앱개발을 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하나씩 풀어내 보려고 합니다(+기회가 된다면 개발 외적인 얘기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