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윤회가 있다면 나는 無로 돌아가고 싶던데...

도깨비 신부를 만날 수 있다면...

by 철없는박영감

동네 공원을 산책하며 작년 가을에 멋진 단풍 사진을 건졌다. 그 뒤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계속 산책을 나가다 보니 갑자기 계절에 따라 변하는 풍경을 찍어 놓고 싶어졌다. 같은 앵글로 사계절을 찍은 사진작품들이 인터넷에 널렸지만 내 손으로 직접 남겨놓고 싶어졌다. 작년 가을에 시작해서 아직 여름, 한 계절이 남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사진 세 컷을 찍었다. 작은 변화를 빼면 아마도 세 장의 사진 속 풍경이 반복적으로 바뀌며 세월이 흐를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계절은 이렇게 순환한다. 따라서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도 순환할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윤회라는 상상도 할 수 없이 어마어마하게 큰 순환의 고리에서 인생이 차지하는 부분이 너무 적기 때문에 평평하게 느껴질 뿐이리라. 몇 세기 전만 해도 지구는 평평하다고 믿었던 것처럼... 그럼 윤회를 수천, 수만, 수억..., 하여튼 무한히 거듭하다 보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는 말인가? 그럼 반복되는 건가? 결국 억겁의 시간뒤에는 내가 다시 존재한다는 말이 되는 건가? 음... 싫어진다... 인생이라는 찰나의 순간이 반복돼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라면 허무하다. 평행 우주 속, 어딘가에 또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도 별로다. 만약 진짜 윤회가 있다면, 혹은 멀티버스가 있다면 나는 마지막엔 無로 돌아가고 싶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으로서의 의미만 남도록… 그래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후회는 늘지만 실수는 적어지고, 행동반경은 줄어들지만 작은 것에 행복해지는 것으로 유니크하게 끝났으면 좋겠다.


나의 첫 차는 아직도 달린다. 2008년식 SM3니까 16년이 다되어 간다. 그동안 큰 사고 한 번도 없었고, 강추위에 배터리 방전됐던 것 빼고는 잔고장도 없었다. 연식이 오래될수록 나에게 길들여져 점점 유니크해지고 있다. 절대 중고로 팔지 않을 거다. 유니크한 나의 첫 차로서, 내가 도깨비 신부가 되어, 無로 돌아갈 수 있게 검을 뽑아줄 거다. 어쩌면 인생은 윤회라는 무한루프 속에 갇히는 형벌일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길래 이런 벌을 받은 건지...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닌 무기징역수 일 수도 있다. 착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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