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 내려왔나? 마침표를 찍어볼까?

혼자 살 순 없다. 동시에 혼자 살아가야 하는 게 인생이다.

by 철없는박영감

이제 슬슬 다 내려온 것 같다. 이 길에 마침표를 찍을까 한다. 2022년 5월 18일. 딱 일 년 전 백수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건강이 안 좋아서 집에 가만히 있어도 힘들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피곤해졌고, 몸은 히마리가 하나도 없어 축축 쳐졌다. 먹는 것도 귀찮아서 굶기 일쑤였고, 잠은 자도 자도 계속 졸렸다. 병원에 가는 것이 그때의 유일한 외출이었다. 퇴사 소식을 듣고 부모님이 바로 주말에 내려오셨다. 잘 몰랐는데 몰골이 말이 아니었나 보다. 아픈 기색을 안 보이려고 부단히 애썼는데 소용없었다. 돌아가는 길에 걱정만 하나 가득 안고 가셨다. 그 뒤로 안심시켜 드리려고 매일 아침 전화를 했다. ‘나 죽지 않고 잘 살아있어요.’라고 말하듯이... 그것을 빼고는 내 전화는 하루종일 조용했다. 그때는 동물들이 아프거나 죽을 때 철저히 혼자가 되려는 심정이 이해가 갔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서 주변의 자극에 반응할 여력이 없어서 그렇다. 푸념처럼 늘어놓던 ‘만사가 귀찮다’는 표현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살기 위해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그래도 아침 8시 30분까지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지 않아도 되고, 9시 넘어 늦게 일어나, 창문을 열어 햇빛을 맞으며 환기를 시키고, 음악을 틀고 커피를 내리며 천천히 책을 읽는 순두부 같은 삶은 서서히 예전의 나로 되돌려주었다. 한 달 정도 지나서 차차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는 말이 맞았다. 슬슬 몸을 움직이며 산책도 하고, 요리도 하며 동굴 밖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때마침 블로그에서 ‘주간일기챌린지’를 시작하면서 다시 세상과 소통할 마음이 생겼다. 음... 소통이라기보다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무작정 내디뎠다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울타리를 걷어낸 인생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천천히, 조심조심, 조금씩 움직였다. 외부자극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더 필요했지만,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흘러 흘러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했고, 하루하루 글을 썼다.


이제는 “나 혼자 산다“ 버전의 인생이다. 누가 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집안 어딘가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마치 그런 것들이 있는 것 마냥 글을 쓴다. 이것이 나의 인생 2막이다. 경제적 독립을 이룬다거나,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는 것이 아닌 삶을 대하는 자세를 고쳐 잡은 것이 2막이다. 아플 때 스스로 고립시키지만, 나으면 다시 관계를 맺고, 관계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이제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다. 어떻게 살아야 더 행복한지 조금 더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탐구하고, 더 생각하고, 더 행복해질 것이다. 살아남지 않고 살아가는 인생. 인생 2막의 내 모습이 되길 바란다. 혼자 살 순 없다. 그리고 동시에 혼자 살아가야 하는 게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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