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글 : 또 하나의 마침표.

컴패션 어린이 후원이 종료 됐다.

by 철없는박영감

세월이 눈 깜빡할 사이에 흐른다는 말이 이런 경우를 말하는 가보다. 2012년에 힐링캠프에 출연한 차인표를 보고 한국컴패션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돈이 되는 물건을 찾아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전까지는 기부라고 하면 단체에 돈을 내고, 그 단체에서 알아서 기부금을 집행하도록 맡기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단체는 아이와 1:1로 결연을 맺어 후원하는 형식으로 짜여있었다. 당시에 자선단체들은 기부금 사용내역이 다소 불투명했다. 그리고 여러 복지단체의 비리가 적발되던 때라서 기부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는 괜찮겠다 싶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기부금을 내기로 결심했다. 화면에 봤던 쓰레기 섬의 아이들은 후원 희망자가 너무 많아서 자리가 꽉 찼고, 다른 어린이와 결연을 맺어도 괜찮겠냐는 말에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 당시 7살이었던 토고의 한 여자아이와 1:1 결연을 맺게 되었다.


원래 더 어린 나이에 후원이 시작되는데... 이 아이는 7살로 조금 많은 나이라서 후원자가 선뜻 나서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후원을 시작하고 아이의 사진이 든 액자가 집에 도착했고, 불어 같아 보이는 손편지도 같이 배달되었다. 물론 한글로 번역된 편지도 동봉되었다. 그 뒤로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APP이 개발되었고, 나는 조금 더 손쉽게 아이에게 편지를 쓸 수 있었다. 지금 보니 10년간 78통의 편지가 왔다 갔다 했다. 한국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진을 보내고, 한국의 가족사진도 보내주었다. 토고의 아이는 처음에는 디자이너가 꿈이라고 했다가, 몇 년 뒤에는 선생님이 꿈이라고 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서 할머니를 돌보는 것이 자기 일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염소를 돌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항상 나를 위한 기도를 빼먹지 않고 마지막에 성경구절로 보이는 글을 써주었다. 답장에 미안하지만 나는 불교 신자라서 성경구절은 잘 모른다고... 지금 생각하면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말도 썼다. 생일이 다가오면 미리 선물금을 보내서 아이가 토고에서 생일선물을 받을 수 있게 했고, 크리스마스에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했다. 해가 지나면서 점점 커가는 아이의 사진이 도착했다. 7살에서 10살... 10살에서 13살... 13살에서 15살... 그런데 일 년 전부터 편지도, 사진도 갑자기 끊겼다.


일 년 전 퇴직을 하면서 고정적인 월수입이 없어졌다. 그래서 이런저런 계산기를 두드리다 보니, 한 달에 5만 원을 내야 하는 후원금이 조금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상담을 신청했다. 컴패션은 아이가 18살이 되어 성인이 되면 후원을 종료하게 된다고 했다. ‘조금만 더 후원하면 종료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조금 아껴서 후원을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비용이 조금 부담이 되기는 한다고 솔직히 고백했더니 1:1 후원에서 공동후원으로 바꾸면 비용이 줄고, 아이도 계속 컴패션 학교에 다닐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공동 후원이 되면 아이의 편지에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혹시나 자기를 미워해서 후원을 중단했다고 오해할까 봐 그것이 걱정이었다. 안 그러길 바라면서 마지막으로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적어 보냈다. 그리고 편지도, 사진도 끊겼다. 아이가 상처받은 건 아닌가 걱정이 됐지만, 공동후원이라도 계속 인연을 붙들고 있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이제 어느 정도 나이도 들어서 이해해 줄 거라고 믿으며 1년이 흘렀다.


그런데 어제 전화가 왔다. 서울 번호였다. ‘서울에서 나한테 전화할 사람이 없는데....’ 스팸전화를 의심하며 받았다. 컴패션이었다. 그리고 놀라운 소식을 알려주었다. 후원하던 아이가 엄마가 됐다고 했다. 하긴 나이가 16~17살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것이 학교를 잘 안 나와서 그런 것이었는데, 현지 선생님들이 수소문한 결과 5개월 전에 출산을 해서 지금은 남편과 잘 살고 있다고 했다. 우와 7살에 사진으로 처음 만난 꼬맹이가 어느새 엄마가 됐단다. 딸을 시집보낸 아빠의 마음이 이럴까? 기쁘면서도 서글프기도 하고,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애가 애를 낳았다는 생각에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도 저 멀리 토고에 있는 아이가 남편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하니 그걸로 됐다. 그렇게 아이는 이제 성인이 되어 컴패션 후원이 종료되었다. 나도 모르게 또 하나의 마침표가 찍혔다.


벌써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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