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살집 좀,

캥거루 족이냐? 전세 살이냐?

by 철없는박영감

집 매매 계약을 마치고, 이 소식을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을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집 팔렸어요!"

"진짜? 얼마?"

"그냥 100만 원 더 깎아달라고 해서 그러자고 했어요."

"잘됐다. 이제 우리 아들 집으로 올 수 있겠네."

"네, 그러려고 집 판 거잖아요."

아버지 연세가 80대 중반을 바라보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언젠가부터 마음의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었다. 친구들의 부친상 부고를 받고 장례식장에 가면, 대부분 갑자기 돌아가셔서 실감이 나지 않고, 생전에 잘해드리지 못한 것이 많이 후회된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건강하게 계신 것만으로도 복이라고 생각하며 더 늦기 전에 얼굴 많이 보고, 목소리 많이 듣고, 추억을 많이 쌓자고 결심했다. 엄마는 조금 흥분해서 전화 빨리 끊고 아들이랑 같이 살 집 구하러 부동산에 가봐야겠다고 신나 하셨다. 집 비워주는 시기를 너무 촉박하게 잡았다고 걱정하셨지만, 아들이랑 같이 산다는 생각에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반응이었다.


계약을 마치고, 나도 이러고 있을게 아니란 생각에 바로 다음날 KTX를 예매해서 집으로 향했다. 6월 장마, 7월 집중호우, 8월 태풍 기간을 피해서 하루라도 빨리 이사를 마치고 보금자리에 들어가고 싶었다. 집에 도착하니 약 하루사이에 엄마는 벌써 이런저런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 지금 집은 아무래도 좁고, 잡동사니가 많아서 같이 살기 힘드니 넓은 집으로 옮기는 것을 우선순위로 부동산에 가서, 우리 집 바로 북쪽에 있는 30평대 아파트를 보러 가기로 약속을 잡아놓으셨다. 이번 부처님 오신 날 연휴기간은 아무래도 집 보러 다니느라 바빠질 것 같다.


처음에는 부모님과 살림을 합치는 것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엄마를 모셔야 하기 때문에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서 우선은 엄마가 하자는 대로 그대로 따를 생각이다. 그리고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는 것이 현명하므로, 관리비를 두배로 내는 것보다 살림을 합치는 것이 좀 더 절약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기간이 촉박해서 볼 수 있는 집이 많지는 않았다. 현재 비어있는 집이나 6월 첫 주에 이사를 나가는 집을 대상으로 후보를 좁혔다. 그리고 연휴기간 동안 천천히 돌아보며 결정하기로 했다. 다행히 부동산도 일요일만 쉰다고 했다. 어떤 집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 반, 설렘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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