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인 것들...
짐을 싸서 떠난 지 3주가 됐고, 새 보금자리로 들어온 지 2주가 되었다. 지금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상을 일구고 있는 중이다. 되도록이면 기존의 생활패턴에서 크게 벗어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약간의 차이 때문인지 주변에 아름다운 화음이 쌓이지 않는다.
기상시간은 새벽 5시로 비슷하게 일어나지만 기존에는 산책을 다녀오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다가 8~9시 정도에 아침식사를 했는데, 지금은 부모님 댁에서 문안인사를 드리며 같이 아침식사를 하다 보니 식사시간이 6~7시로 옮겨졌다. 전에 살던 곳에서는 도서관이 9시에 시작했고, 근처 카페가 7시면 문을 열었는데, 새로 이사 온 곳은 도서관이 10시에 시작하고, 카페는 10~11시가 지나야 문을 열었다. 아침을 먹고 산책을 가도 되는데... 장마인 데다 습관이 무섭다. 낮시간에도 전에는 점심을 먹고 장을 보거나 산책을 하고, 기타 연습을 했는데, 지금은 식사를 부모님 댁에서 해결하다 보니 장을 볼 필요가 없어졌다. 장을 보게 되더라도 마트와 청과상점이 여러 개 있어서 선택지가 많아졌다. 5~6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여기서는 토마토, 저기서는 오이, 요기서는 고기... 이런 식으로 순회공연 다니듯이 최저가를 찾아 장을 봐야 했다. 또 부모님 댁 집안일을 하다 보면 금방 저녁시간이 됐다. 저녁식사도 전에는 오후 5~6시면 먹고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했는데, 지금은 부모님 퇴근시간에 맞추다 보니 7~8시에 저녁을 먹고 잠깐 이야기하다가 집에 오면 밤 9~10시가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식단도 부모님 드시던 상에 숟가락만 얹다 보니 어딘가 컨디션이 어그러지고 있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이런 어긋난 화음들이 모이다 보니 다시 불면증이 시작됐다. 힘들게 잠이 들어도 새벽 1~2시면 어김없이 깨어나서 3~4시까지 뒤척이다가 결국 5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잠은 3~4시간이 전부였다. 갈수록 컨디션이 안 좋아지고 앓아눕는 횟수가 늘어났다. 시간이 지나 적응하면 차차 나아지겠지 했는데, 조율이 시급했다. 먼저 아침식사를 혼자 하기로 했다. 기존에 먹던 닭가슴살, 사과, 토마토, 우유 1잔으로 식단을 원상 복구했다. 이렇게 바꿔서 일주일을 살아보고 있다. 집들이 때 음식을 잘못 먹은 탓인지, 바뀐 생활패턴 탓인지 모르지만 월, 화 이틀을 앓아누워있다가 스스로 내린 처방이다. 시간이 약이겠지만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 이렇게 조율하고, 조정하면서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 사실 나는 실험쥐가 아니다. 그래서 이거 해봐서 좋으면 계속하고 나쁘면 안 하고… 이럴 수 없다. 좋다고 생각했던 생활패턴이 사실 별 의미가 없는 것일 수도 있고, 나쁘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 다른 원인에 의해 나빠졌던 것일 수도 있다. 진심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결국은 시간이 약일 것 같다. 이 또한 지나가리… 다만 그냥 지나가지는 않겠지… 이런 마음으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