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갈 일만 아니면 집 주변에서 해결하기
대형 마트, 창고형 할인점, 아웃렛 같이 품질 좋은 상품을 싸게 팔아서 주말이면 교외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던 게 내 젊은 날의 풍경이었는데, 이제는 인터넷 쇼핑으로 집안에서 다 해결이 되는 세상이다. 젊은 날의 풍경 때문에 전통시장 상인들이 못살겠다며 휴일영업 제한까지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그런 매장들이 새벽배송 업체들에 치여 못살겠다고 한다. 한 번은 사람들이 너무 한 곳으로 쏠려서 문제고, 한 번은 사람들이 너무 안 모여서 문제다. 그렇게 사네 못 사네 투닥거리는 동안, 트렌드에 맞춰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는 동안 내 주변은 잉여물들로 넘쳐나게 됐다.
주말마다 마트에 가서, 단가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유통기한 넘길 때까지 다 못 쓸 양의 번들 제품을 사고, 빈 카트를 채우고 싶은 마음에 '언젠간 쓰겠지'라며 필요 없는 물건을 담아 사고, 집에 있는 것을 까먹고 중복으로 사기도 한다. 한꺼번에 많이 사 온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 양문 냉장고가 유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냉장고 2대를 사용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다. 요즘 아파트는 팬트리가 기본 옵션이다. 무엇을 얼마나 집에 쟁여 놓으려고? TV쇼에서 집을 소개할 때 우선 고려 사항이 수납공간이 된 지 오래다.
인터넷 쇼핑은 잉여물들에 추가로 플라스틱 포장지, 택배 상자 같은 쓰레기까지 늘어나게 했다. 잉여물들에 돈을 쓰고, 항상 돈이 없다고 투정한다. 맥시멀라이프라며 집안을 물건들로 한가득 채우는 것도 모자라 안으로 들여놓을 수 없는 것들은 공동구역이나 복도에 쌓아놓고 쓰는 집도 있다. 주거지 선정 기준에 새벽배송, 로켓배송이 되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되었다. 제품 보호 목적으로 포장재가 전체 부피의 50%를 넘는 것도 부지기수다.
싸다고 멀리 가서 많이 사다 나르지 말고, 편리하다고 집으로 쓰레기를 배달시키지 말고, 필요한 만큼만 사서 쓰고 잘 버리면 좋을 텐데... 집 주변에도 내 발길 닿은 곳으로만 다녀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다. 싸다고 많이 사서 썩혀 버리는 것보다 조금 비싸도 쓸 만큼만 사서 버리는 것 없이 사는 게 더 절약하는 삶이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지 않나? 내가 사는 시골 동네도 근처에 슈퍼마켓이 3개나 된다. 너무 멀리 가지도 말고, 너무 안 가지도 말고, 발길 닿는 곳으로 나들이 겸, 장보기 겸, 운동 겸 다녀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