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만 하는 사회
각 종 도를 지나친 경범죄, '세상에 이런 일이...'類의 뉴스가 판을 친다. 화가 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내가 안 당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결과적으로 '뭐 저런 놈들이 다 있어!'라고 욕을 하면서도 '저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대처했을까?'를 생각하면 매우 불안해진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 불법대출 광고 명함을 날리다가 유리창을 깼는데 이를 신고한 주인에게 돌아와 약 올리듯이 명함을 뿌려대는 사람을 보고 있자니 화가 나고, 저건 칼만 안 들었지 살인이랑 뭐가 다르지라는 생각까지 든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21180&ref=A
얼마 전에 길을 지나가는데 저런 식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명함을 뿌려대는 사람을 마주쳤다. 초등학교 근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인도로 오토바이를 몰면서 명함을 날리던데, 저 명함이 유리창을 깰 정도로 위협적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길을 계속 갔는데, 어린아이였다면 딱 눈높이로 던져져서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상상만으로도 끔찍해졌다. 작년 여름에도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면서 햇빛을 피해 나무그늘아래에 서있는데 좁은 인도 위로 오토바이가 들이닥쳤다. 디스크로 움직이기 힘들고, 햇빛도 뜨겁고, 더워서 천천히 비켜섰더니 오토바이가 복수하듯이 일무러 내 몸을 치고 지나갔다. 사진이라도 찍으려 했지만 번호판은 없었다. 배달 라이더 같았는데, 화는 났지만 그냥 참고 지나갔다. 그런데 이제는 참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적극적으로 신고를 해보려 하지만, 경찰도 요즘은 못 믿겠다. 나만 바보가 될 것 같은 불안감이 크다. 해결이 안 되거나, 뭐 이런 걸로 신고해서 안 그래도 바쁜 경찰 힘들게 하느냐는 반응을 받게 되면 나의 무기력함에 스트레스만 커질 것 같다. 가장 비겁한 반응이 내 손 더럽히기 싫어서 "내가 조심해야지."인데, 가장 비겁한 방법을 선택하고 만다. 힘없는 개인이 뭘 할 수 있나라는 무기력함이 좀 먹고 있다.
나같이 이렇게 생각하는 개인이 많아져서인지 뉴스도 고발만 넘쳐난다. 고발을 했으면 적어도 저런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어떻게 처벌받았는지 결과라도 보도해 주면 그나마 좀 안심도 되고, 아직 사회 정의는 살아있다고 생각이 들 텐데, 고발만 해놓고, 불안하게 만들어 놓고, 관심만 끌고 끝내는 경우가 100%다. 뉴스로 보도를 하면 언론의 역할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뉴스가 가십 잡지보다 못하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으로 작은 경범죄부터 엄하게 다스려 일벌백계해야 중범죄도 줄어든다는 가설이 증명됐는데, 심신 미약이나 음주를 이유로 용서되는 분위기가 점점 무서워진다. 남자인 나도 이렇게 무서운데, 힘없는 약자들이 뭉쳐서 한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언론은 고발에만 그치지 말아 줬으면 좋겠고, 정부는 이런 불안감을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조폭 뉴스가 점점 많아지는 것이 초등학교, 중학교 때 들었던 뉴스의 데자뷔 같다. 역사는 반복된다지만 어떻게 전개될지 알고 있다면 예방해야 하지 않을까? 한마디로 모든 사람이 이제 그만 싸웠으면 좋겠다. 좀 친하게 지내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