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이기는 습관'
한 때, ‘이기는 습관’이란 책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작은 일들부터 계속 성취하다 보면 이기는 습관이 들어 모든 일에서 성공한다는 논리였다. 따라 해서 이득 본 것도 많다. 금연에 성공했고, 한 달에 책한 권 읽기를 시도하여 좋아하는 작가도 생겼다. 내레이터가 되고 싶은 소망에 작은 팟캐스트를 운영해보기도 하고, 지금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성취하고 난 다음을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유지하는 데에 더 큰 힘이 들어간다.’가 내가 내린 결론이다.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서 목표 체중을 만들어도 관리를 조금만 소홀히 하면 금방 체중이 늘어나고, 늘어난 체중에 낙담해서 손을 놔버리면 최악에는 요요현상까지 겪으며 원래 체중보다 더 늘어나게 된다. 꾸준히 유지, 관리해서 더 향상해야 하는데, 결과만을 쫓다 보니 목표치가 피크가 되어버린다.
금연에 성공했다지만 솔직히 3년간 잘 참았다. 지금도 가끔 담배 피우는 꿈을 꾸는데, 꿈인데도 체증이 쑥 내려가는 것 같다. 언젠가 건강이 조금 나아지고 뭔가 큰일을 겪게 되면 언제든지 담배를 피울 수 있을 것 같다. 주변사람 중에도 아버지가 흡연으로 인한 폐질환으로 돌아가시자 2년 정도 금연하다가, 업무 스트레스가 쌓이자 다시 담배 피우는 모습을 봤다. 한 달에 책한 권 읽기를 하고 있지만, 매달 서점에 가서 책을 사기만 하고, 안 읽고 있는 책이 점점 쌓인다. 게다가 쌓일수록 책을 점점 더 멀리하게 된다. 뜯지도 않은 책을 중고서점에 팔까도 생각해 본다. 작은 팟캐스트를 열어서 날마다 “따뜻한 편지”라는 짧은 글을 6개월가량 녹음해서 올렸는데, 이것도 하루, 이틀 밀리다 보니 계속 미루게 되고, 다른 사람의 글이다 보니 진심이 느껴지지 않아 내가 쓴 글로 올리겠다고 생각만 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건강까지 나빠져서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해서 결국 잠정 중단하고 있다.
무엇인가를 성취하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학교 때 벼락치기로 밤새도록 외워서 시험 보고 홀라당 까먹어버리는 지식이 내 것이 아니듯... 글을 쓰다 보니, ‘글짓기’에서 왜 퇴고가 중요하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초고를 작성하고, 읽어보면서 어색한 부분을 수정하고...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막상 발행을 했는데, 생각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이 갑자기 떠오를 때도 있고, 글을 쓰다가 삼천포로 빠져서 애초에 전하고자 했던 주제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경우도 있다. 글을 전개하다 오류에 빠져 엉뚱한 결론을 내기도 하고, 발행당시에는 눈에 안 띄던 것들이 나중에 발견될 때도 있다. 지금부터 벌이는 일들은 퇴고하듯이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겠다. 성취하고 난 후에 더 힘을 내자. 빠르게 성취해서 피크 찍고 잊히지 않게... 빠른 결과도출이 목표가 아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