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내레이터? 그것도 아니면 연예인? 먼저 인간이 돼야 한다.
이왕 매력에 대한 얘기가 나왔으니 그 얘기를 조금 더 해볼까 한다. 앞서 연기자 혹은 성우는 한계를 가늠할 수 없는 무한매력을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성우가 가져야 할, 혹은 될 수 있는 매력은 무엇일까? 흔히 잘생기고 예쁜 목소리를 꼽는데, 이것은 ‘목소리 연기자‘라는 정의 때문이지 목소리가 좋다고 성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을 쭉 읽어 오신 분이라면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성우는 목소리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오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좋은 목소리는 성우가 가진 매력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학원을 다니면서 그리고 성우 공부를 하면서 만나게 된 여러 성우님들을 생각하며 감히 성우의 매력, 성우가 되기 위한 매력을 써본다. 물론 순수 뇌피셜 100%다.
그럼 목소리를 빼면? 연기자가 남는다. 그렇다 성우는 연기자다. 간혹 성우가 되고 싶은데, 연기는 관심 없고 내레이션만 전문으로 하는 성우를 뽑는 곳은 없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다. 본인을 드러내는 것을 불편해하는 분들이 이런 반응을 많이 보인다. 그만큼 연기는 고되고 어렵다. 사실 일반인이라면 정상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성우지망생이라면 솔직히 'AI를 뽑는 곳이 없나요?’라고 질문하는 것과 같다. AI가 점점 더 인간다워지는 요즘, 라디오 재난방송이나 e-book 오디오 서비스를 들어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인간과 AI는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고 한다면, 대표적인 내레이터로 꼽히는 배우, 아나운서, 개그맨, 성우를 비교해 보자. 과거 VJ특공대를 시작으로 저녁 시간대 각 방송국마다 정보 교양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있는데, 이 방송은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단골로 나오는 내레이터가 아나운서, 개그맨, 성우이다. 그리고 배우는 다큐멘터리나 화제성이나 시청률이 필요한 경우 섭외된다. 전부 말을 해야 하는 분야에서 활동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럼 이제는 각각은 어떻게 다른지 한번 살펴보자.
먼저 아나운서. 아나운서의 주 무대는 뉴스 진행이다. 뉴스는 사건, 사고를 과감 없이 육하원칙에 맞춰 전달해야 하므로 연기분야가 끼어들 수 없다. 그래서 아나운서는 정확한 발음으로 표준어 법칙에 맞게 내용을 전달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주어 목적어 서술어라는 기본적인 문장 체계를 잘 맞춰서 말하면 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AI기술이 발전하면 제일 큰 타격을 입게 되는 분야가 아닐까 생각된다. 다음은 개그맨. 물론 이들의 주무대는 개그무대 혹은 예능이다. 요즘은 덜하지만 세태를 풍자하기도 하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해 유행을 선도한다. 사람들의 주목을 잘 끌고,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진행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희극이라는 연기분야에서 활동하지만 모든 개그맨이 다 섭외되는 것은 아니고 발음, 발성 훈련이 충분히 된 분들이 내레이터로 많이 기용된다. 배우도 개그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재미뿐만 아니라 감동까지 찐하게 선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화면에서 보는 친숙한 이미지 때문에 시청자들의 몰입도가 높다. 역시나 모든 배우들이 다 되는 건 아니고, 잘 훈련된 일부가 기용되고 화제성과 시청률을 위해 슈퍼스타들이 기용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성우는 세 분야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정확한 발음, 잘 훈련된 발성,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연기능력, TV나 라디오 등 방송매체에서 자주 접하는 친숙한 이미지. 이 모든 능력을 가진 분들이 성우라고 감히 말한다. 즉, 연기를 못하는 성우는 AI와 별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내레이션만 하는 성우가 되고 싶다는 질문에 대해서 말을 하다가 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러왔는데, 설명을 위해 아나운서, 개그맨, 성우, 배우를 나눈 것이지 내레이션, 즉 해설을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누가 하던지 연기를 필요로 한다. 성우는 연기자다. 목소리 연기자. 목소리가 좋은 연기자가 아니고, 목소리로 연기하는 사람이다.
그럼 결국 성우가 가져야 할, 혹은 될 수 있는 매력은 연기자가 가져야 할 매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기자라고 하지만 사실 연예인이다. 그럼 우리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매력이 바로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매력이다. 연예인은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조금 적극적인 사람은 거절당하는 것이 일인 직업이라고 까지 말한다. 그러면 선택받고 거절당하지 않기 위한 매력은 무엇일까?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성격. 회사가 바라는 인재상. 그래 바로 그거다. 성우라고 특별한 매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즉, 인간이 먼저 돼야 한다. 예의 바르고, 친절하고, 상냥하고, 사랑이 넘치고... 우리가 주변에서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모든 수식어가 바로 성우가 가져야 할, 혹은 될 수 있는 매력이다. 앞에서 성우 선생님들은 로맨티시스트가 많고, 순수한 분들이 많고, 제자뿐만 아니라 지망생 전부를 챙겨주시는 분들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그런 인간적인 매력, 그 매력이 넘쳐흘러 주체할 수 없는 분들이 바로 성우님들이다. 좀 많이 미화했나? 앞의 아나운서, 개그맨, 배우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들도 연예인이다. 즉 무엇을 하든지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 최고의 매력은 인간적인 매력이다. 딕션 스킬이나 큰 목소리, 변성을 잘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 냄새. 그것이 최고의 매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