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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공채시험에 대한 오해

어쩌면 모든 공개채용에 대한 오해

by 철없는박영감
This is an "AUDITION", not an "INTERVIEW".


'시험'이라고 하면 우선 심장부터 뛴다. 순위를 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위에 따라 당락이 좌우된다. 그래서 겁부터 덜컥 난다. 나중에는 화도 난다. 내 미래가 걸려있는 문제다.


'실수하면 어쩌지? 그러다 떨어지면 어떡해? 한번 봐서 어떻게 나라는 사람을 판단하지? 니들이 날 알아? 니들이 뭔데 날 평가해?'


한 편의 모노드라마가 펼쳐진다. 그러면서 면접장에는 똑같은 정장, 똑같은 머리모양, 똑같은 표정과 태도로, 꾸며낸 모습이 들통나 심사위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진정한 페르소나 각축장이다.


뽑는 자리이지, 떨어뜨리는 자리가 아니다.


성우공채시험은 오디션이다. 즉 방송국에서 만드는 콘텐츠 제작에 참여시킬 전속 인재를 뽑는 자리이다. 마치 영화감독이 자신의 시나리오를 빛낼 연기자를 공개적으로 찾아 나서는 자리와 같다. 어쩌면 공개채용모집공고를 내는 사람이 더 절실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 떨어지는 이유를 '내가 못해서, 내가 실력이 부족해서...'라며 자신에게 돌릴 필요는 없다. 그저 '지금은 나에게 맞지 않는 자리였을 뿐. 찾는 사람이 내가 아니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기회를 준비하며 평소대로 훈련하면 된다.


모든 것이 그렇듯 하루아침에는 불가능


늘 새로운 얼굴을 찾아 헤매는 영화판에서는 늦깎이 신인배우도 나올 수 있고, 혜성같이 등장하는 슈퍼스타도 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성우는 일단 변성연기라는 특성 때문에 '늦깎이... 혜성 같은...'은 찾아볼 수 없다. 한 사람이 아역, 노역 같은 다양한 연령의 연기는 기본이고 동물연기, 때에 따라서는 사물연기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과거에는 중복 캐스팅도 비일비재했다. 사실 영화판의 늦깎이 신인배우와 혜성같이 등장한 슈퍼스타는 준비된 인재이다. 속된 말로 '포텐'이 터진 것이다. 하지만 성우는 포텐이 터질 기회도 성우공채시험을 통과한 후에 허락된다. 그래서 공식적인 언급은 없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은 뽑히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갑자기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오르는 일도 어렵다.


짧은 기간에 성우시험에 합격했다는 뉴스로 이슈가 되는 경우는 있다.


성우는 오로지 지망생들의 피와 땀으로만 획득할 수 있는 타이틀이다. 간혹 워낙 타고난 신체조건이 좋아서, 성장배경이 좋아서... 목소리도, 연기도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하며 1년도 안돼 합격하는 0.1%가 있다. 하지만 이것이 0.1%만 가능한 길이라는 말은 아니다. 나머지 99.9%도 노력으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과정은 쓰고, 결과는 달다.


과거에 사법고시가 '등용문, 희망사다리, 개천에서 용 났다'라는 말로 신분상승의 기회로 문이 열려있던 것처럼 지금 성우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고시폐인, 고시낭인처럼 폐인과 낭인이 곧 나올 것 같다. 일 년에 많아야 30명 뽑는 자리에 수만 명이 몰리니 말이다. 방송연예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기획사에 의해 돌아가지 않는 분야가 성우계이다. 투자라는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이다. 투자대비 회수가 적다는 말도 된다. 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 보상은 엄청나다. 그리고 직업만족도 조사에서 항상 상위 랭크되는 직업이기도 하다. 워낙 인원이 적으니 평균의 오류도 없을 텐데 신인 성우 평균 연봉이 대기업 과장급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탕발림에 인생을 걸기엔 현실은 너무 잔혹하다. 그러니 꼭 마지노선을 정해야 한다.


그래도 꿈에 도전하는 많은 지망생분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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